책 리뷰/소설 일반 도서

장편소설 "도모유키".

만선생~ 2025. 2. 9. 22:13

 
페친이신 가윤성 선생님 소개로 읽은 장편소설 "도모유키".
2005년 제 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2003년 제 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삼미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 때문에 나름 기대가 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일단 속도감있는 문체가 좋다.
읽으면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더러 있지만 히데요시가 통치하던 시기 일본 서민들의
삶을 디테일하게 잘 그렸다.
순천에 주둔 중인 왜군 진영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정유재란 당시 상황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90년대 14페이지 분량의 만화 스토리를 쓴 적이 있다.
태평양 전쟁에 참가한 일본군과 미군이 만나 죽어가는 이야기다.
둘 다 한 사람의 가장으로 전쟁이 아니었으면 가족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을테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일제가 항복을 선언하기 5분 전 서로가 쏜 총탄에 목숨을 잃는다.
콘티를 완성하고보니 어디선가 본 스토리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려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니 발표할 수준이 안되었다.
다음 수순은 정해진대로였다.
콘티를 책상 서랍에 넣어 뒀다가 이사하면서 버리는 것 말이다.
역지사지다.
진실에 다가가는 것은 아군이 아닌 적의 입장이 되어 보는 거다.
그럼 사건의 본질이 더 명확히 보인다.
나는 아이디어 수준으로 그쳤지만 어떤 이는 이를 끝까지 밀고 나가 권위있는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작가로서 역량의 차이를 다시 한번 실감한다.
"도모유키"를 읽으며 곧 출간될 "1592진주성"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왜군 진영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다는 거다.
왜군들 역시 피와 살을 가진 존재로서 그들이 겪는 고통에 더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화살은 떠났다.
출간일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침략해 온 적군에 대해선 인간적 연민을 느끼는 건 감정의 사치일 수 있다.
인류애를 생각하기엔 우리의 고통이 너무나 크다.
이순신이 퇴각하는 왜군을 섬멸하려했던 것이야말로 진정한 애민정신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1592진주성"에서 부분적이나마 왜군의 고통을 그려넣은 건
박수를 쳐줄 일이다.
 
202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