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단상
만화, 스토리 쓰는 능력이 없어서
만선생~
2025. 2. 14. 23:08
만화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예술 장르다.
그림 재주가 조금 있어 만화를 시작했지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없었다.
그렇다고 그림 실력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스토리작가와 협업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악순환이었다.
스토리가 없으니 만화를 그릴 수 없고 만화를 그리지 않으니 실력이 늘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건 잡지에 있는 사진을 보고 그리는
그림 연습 뿐이었다.
일명 잡지 떼기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어느 정도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최고의 연습은 원고를 하는 것이지 사진 따위를 보고 그리는게 아니었다.
가까이 지내는 몇살 위 만화가 형과 그 형의 친구에게 나의 고민을 이야기 했다.
그 형의 친구는 글을 쓴다고 하며 만화스토리에도 관심이 많다 하였다.
그러면서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스토리가 있는데 한 번 들어보라고 했다.
스토리가 좋으면 협업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귀를 쫑긋 세웠다.
그 형의 친구는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듣다보니 이상하였다.
영화 "만추" 스토리였다.
내가 그 스토리를 모를 줄 알고 계속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모른채하며 그 이야기를 다 들어주었다.
이후 그 형의 친구는 이런저런 잡지에 다양한 글을 썼고 장편소설을
출간하기도 했다.
오리지널 스토리일테지만 "만추"에 대한 기억 때문에 난 그 소설이 우습게 보였다.
읽어볼 생각이 안들었다.
그 형의 친구는 삼십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엄청나게 많은 글을 쓴다.
소설 평론 정치분석...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팬들도 많다.
내가 봐도 잘 쓰는 듯 하다.
하지만 무엇을 써도 우스운 마음이 든다.
"만추" 사건 때문이다.
그 날 이야기를 마친 뒤 좀 멋적지만 사실은 만추 스토리였다는 걸 밝혔으면
그런 마음이 안들었을텐데 끝까지 말을 안하였다.
생각하면 " 만추"만큼 플롯이 뛰어난 이야기를 찾기 힘들다.
그러하기에 계속 리메이크가 된다.
며칠 전 유튜브 방송으로 현빈과 탕웨이가 출연한
"만추" 를 보았는데 정말이지 잘생기고 예뻤다.
상위 0.01% 에 해당하는 외모다.
그런 탕웨이와 결혼한 김태용 감독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않았을까 싶다.
스토리를 쓰지 못해 만화를 포기해야 했던 나.
세월이 흐른 뒤 가족 이야기를 통해 세 권의 책을 출간했으니 " 정가네소사" 란
책이다.
그 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스토리를 잘쓰지 못한다.
그저 어쩌다 조금씩 생각난 스토리를 만화로 풀어가고 있을 뿐.
그런데 작업속도가 워낙 느려 그마저 소화를 못하고 있다.
2023.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