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단상
비 그친 뒤
만선생~
2024. 7. 17. 15:57
시내에 나갔는데 비가 쏟아진다.
약속장소까진 꽤 걸어야해서 우산을 샀다.
하도 잘 잃어버려 여간해선 사지않는 우산이다.
오늘은 꼭 잘 챙겨가야지 라고 여러번 마음을 먹었다.
술자리가 길어지는 사이 비가 그치었다.
전철이 끊길 시간이라 어떻게 집으로 돌아갈까 궁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산을 까마득히 잊고서.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와서야 비로소 우산 생각이 났다.
아... 이런 정신머리....
이 참에 우순실의 잃어버린 우산이나 들어야할까?
그나저나 대중의 기억 속에 단 한곡만 남기고 사라져간 가수들이 참으로 많다.
어제 만난 분과도 80년대 히트한 노래를 들으며 이 이야기를 했다.
두번째 히트곡을 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곡을 만들어도 대중의 반응은 뜨뜨미지근하다.
내 이야기와도 겹친다.
어쩌다 생각나 쓴 스토리에 만화를 그렸고 뜻하지 않게도 만화잡지에 작품이
실리고 말았다.
데뷔작 '하데스의 밤'이다.
이후론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절망스러웠다.
스토리 작가들을 찾아 나섰지만 내 그림을 보고 스토리를 써주겠단 이는 없었다.
한 번 그려보라고 건네준 스토리들은 하나같이 맘에 안들었다.
차라리 내가 써서 그리고 말지...
결심과는 다르게 스토리는 생각나지 않았고 오랜 꿈이었던 만화를 포기했다.
우순실이 다음 곡을 냈는지 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다만 생각나는 건 '잃어버린 우산' 한 곡이다.
그럼에도 얼마나 다행인가!
단 하나라도 대중의 기억 속에 남는 곡이 있으니.
그 한 곡을 남기지 못한 가수가 부지기수다.
2022.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