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을 좋아하니 자연스레 나라밖 산들이 오르고 싶어졌다.
지질과 식생이 너무나 궁금했다.
2018년 권숯돌 작가의 안내로 일본 산을 처음 오른뒤
일본에 갈 때마다 일본산을 한두개씩 올랐다.
2019년 홋카이도 여행 땐 홋카이도 최고봉인 아사히다케(2200m)와 아이누족
이름이 붙은 안누뿌리(1400m)를 올랐다.
하지만 짙은 안개로 인해 둘 다 정상을 오르지 못하고 내려와야 했다.
이번 홋카이도 여행에서도 산을 뺄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오른 것이 구로다케(1984m)다.
다이세츠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산으로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보다 조금 높다.
사실 온전한 등산은 아니다.
5부능선인 5합목까지는 케이블카로 7부능선인 7합목까지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다.
요금이 둘을 합하여 3,900엔으로 4만원 가까이 한다.
비싸지만 어쩔 수 없다.
7합목부터 이어지는 산행.
정상까지의 높이가 서울 불암산 정도인데 그래도
산은 산인지라 힘들다.
뭘하자고 이런 고생을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왕 올랐으니 끝까지 올라야 한다.
멀리 펼쳐져 보이는 연봉을 바라보며 한시간 반정도 오르니 해발 1984m 정상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장대하다.
그동안 올랐던 한국산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산에서 홋카이도의 광활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정상은 큰나무들이 자라지 않았다.
작은 나무들이 몸을 눞히며 자라고 있었다.
혹독한 겨울 바람을 견디기 위한 나름의 생존 전략이다.
산을 내려오면서 산을 오르며 보았던 나무들을 보았다.
하얀건 지리산 정상부위에서 보았던 사스레 피나무같은데 확신이 서지 않는다.
물론 위로 곧게 뻗은 건 자작나무다.
전나무 엄나무 참나무들이 한데 섞여 자란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여 더욱 아름답다.
홋카이도의 단풍은 다이세츠잔(대설산)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구로다케는 다이세츠권역에 속한 산이니 그 말이 딱 맞다.
돈을 아끼기 위해 비수기를 찾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계절에 잘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