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책, 출판13

한자 이름을 쓰지 못하는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는 청년이 상사와 함께 어떤 일로 우리 집에 왔다.키가 훤칠하고 인물도 그만하면 어디가서 꿇릴 것 같지는 않았다.일이 일이니만치 말씨도 교양이 있었다.거기다 이름까지 멋졌다.무슨 한자를 쓰는지 궁금해 메모지에 이름을 한 번 써보라 했다.청년은 잠시 머뭇거렸다.그리고 무슨 자에 무슨 자라며 얼버부리면서 쓴다.글자 모양은 확실하지 않지만 무슨 글자인지는 얼추 알겠다.그런데 좀 놀랐다.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쓸 줄 모르다니.옆에 있던 상사가 말한다.요즘 젊은 세대는 한자를 배우지않아 쓸 줄을 모른단다.청년에게 한자를 배운적 있냐고 묻자 초등학교 때 좀 배웠단다.아마 과외로 좀 배웠나보다.나보다 아랫세대는 학교에서 한자를 배우지 않아 한자를 읽을 수가 없다.고택, 절, 향교, 서원에 있는 현.. 2024. 9. 12.
책은 작가와 편집자가 함께 만들어나간다. 책은 작가와 편집자가 함께 만들어나간다.어떤 편집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기도 한다.극단적인 예는 작가의 말도 안되는 글을 편집자가 다 뜯어고쳐 베스트셀러가되었다는 이야기다.그런 이야기가 출판계에 암암리에 전설처럼 떠돈다.물론 그 영광은 모두 작가가 가져간다.편집자는 책 정보란에 작은 글씨로 이름 석자를 올릴 뿐이다.나는 편집을 출판사 내부에서 다 하는 줄 알고 있었다.한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종종 외부 편집자에게 외주를 주는 것이었다.출판사 편집부의 가장 큰 임무는 기획이다.어떤 책을 출간할 것인가?아무리 책의 시대가 끝났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책은 지식을 유통시키는데 알파요 오메가다.이만한 조건을 갖춘 매체가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인류가 과학기술문명은 물론 고도의 문화를 .. 2024. 9. 4.
작가의 사인이 들어간 책 어느 작가가 헌책방에서 자기 사인이 들어간 책을 봤단다.모르긴해도 사인본 책을 건넬 땐 소중히 간직하리란믿음이 있어서일 것이다.헌책방에 나돌아 다닐 줄 알았으면 책을 건네지 않았을테다.나는 이 이야기가 남의 일인줄만 알았다.어제 화가 손상민과 만화 스토리 작가인 유대영 작업실에서 담소를 나누며 놀았다.대영은 출간한 내 작품을 모두 가지고 있는 고마운 이다.내 책뿐 아니라 많은 책을 산다.독자이면서 작가들 인세 수입을 올려주는 후원자인 셈이다.그런 대영이 대화도중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한다.궁금했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걸까?대영은 이 것을 보여줘야하는지 보여주지 않아야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며 책장에서 정가네소사 1권을 꺼내 탁자에 놓았다.놀랍게도 책 내지엔 ***님께 .. 2024. 8. 28.
송휘종 조길의 초상 오랫만에 삼국유사에 관한 책을 꺼내 읽는데김부식 영정이라고 올린 사진이 송휘종 조길의 초상이다.오타 하나에 울상을 짓는게 출판사 편집부다.오타가 많을 수록 책의 권위가 깎인다.그리하여 편집부는 출간 전까지 오타를 잡아내려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그런면에서 김부식 영정이라며 올린 사진은 대형사고다.그리고 영정이라 함은 장례식 때 쓴 죽은사람의 사진을 말하는 거다.용어부터 잘못되었다.책을 낸 곳은 유명 출판사인 현암사. 발행년도는 2010년이다.2쇄를 찍었을까?그래서 사진을 교채했을까?광복절 아침.살아가는데 별 도움이 안되는 궁금증 하나가 생겨버렸다. 2024. 8. 16.
작가의 책을 다사기 어제 집으로 찾아온 만화 애호가 도균님이 말하기를 "형님 책은 다샀죠"라고 한다."정말요?"도균님 말이 고마운 한편 부끄러움을 느꼈다.지금까지 출간된 내 책을 다 사봤자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10만 7000원.알바생 하루 임금이다.진정한 팬은 그 작가의 책을 모두 산다.평생 한권 출간한 작가의 책을 산다는 건 별 의미가 없다.최소 다섯권 이상은 돼야 하지 않을까싶다.다니구치 지로는 내가 흠모하는 작가다.국내에서 출간한 그의 책은 모두 샀다.서른권쯤 되는 것 같다.한국 작가로는 이희재 박재동 오세영 선생을 흠모하는데 죄송하게도 이빨이 빠져 있다.가능한 한 이빨을 모두 채울 생각이다.언제가 일본 소도시에 있는 도서관에 갔더니 시마료타로 마쓰모토세이치 무라카미하루키 등의작품이 코너 하나를 다 차지.. 2024. 7. 16.
대표작 간혹 사람들이 묻습니다.대표작이 뭐냐고.가장 아끼는 작품이 뭐냐고.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이 없습니다.평가를 어떻게 받을지 몰라도 모두 제가 사랑해 마지 않는 작품입니다.쉽게 그린 컷이 하나도 없습니다.모두 혼신의 힘을 다해 쓰고 그렸습니다.혼신을 다한 결과가 겨우 그거냐 물으면 어쩔 수 없습니다.그럼에도 꼭 한 작품 들라면 >(3권)를 꼽겠습니다.3대에 걸친 저희 집안 이야기를 앞뒤 순서없이 풀어간 작품이지요.중복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왜냐면 그 때 그 때 떠오르는대로 쓰고 그렸기 때문입니다.책을 내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자같은 것이 어찌 감히 책을 내겠단 말입니까.한데 조금씩 오랜 세월 쌓이다보니 책도 내게 되었고 상도 받게 되었습니다. >를 그리기 전까지는 외가집 이야기를 한번도 들은 적 없습니.. 2024. 7. 10.
간절함 간절함작가에게 독서는 필요 조건이긴해도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닌 것같다.주위에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는 이들이 몇 있었다.문학부터 사회과학까지 내 독서량과는 비교가 안되었다.독서량에 비례해 말들도 참 잘했다.그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나는 왜 이거밖에 안되는가 하는 자괴감에 어깨가 펴지지 않았다.결과적으로 그들 중 만화 작가로 자리를 잡은 이들은 하나도 없다.아니 데뷔조차 못하고 자취를 감추었다.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 지는 모른다.경제적으로 부유하게 잘 살 수도 있고 한 세상 좁다하며 지구촌곳곳을 누비며 살 수도 있다.하지만 확실한 건 그들이 창작 일선에 서 있지 않다는 거다.독서.중요하다.책을 통해 내가 경험하지 못한 걸 경험하게 되고 알지 못했던 걸 알게된다.뿐만 아니라 느끼지.. 2024. 3. 22.
무협지 대만 무협작가 고룡의 문장은 짧은 것으로 유명하다.적은 품으로 원고지 한 매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아마도 원고료가 매당 얼마씩 책정되었나보다.모르긴해도 한국의 무협지 작가들도 이러지 않았을까 싶다.어릴 때 만화방에서 잠깐넘겨본 무협지엔 한페이지에 글씨가 몇자 되지 않았다.후루룩 넘기다보면 어느새 한권을 다 읽게되는 것이다.근래 출간되는 한국 소설도 페이지당 글자 수가 얼마되지 않는다.활자도 커지고 행과 행사이도 넓어져 마치 어린이 동화책을 읽는 기분이 든다.그에 반해 만화책 활자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지식교양만화는 더 그렇다.한페이지에 담긴 정보량이 엄청나다.소설책 한페이지를 쓰는 공력의 몇배 아니 몇십배가 투여된다.그럼에도 고료는 소설책과 다르지 않고 사회적 평가도 낮다.극단적으로 어떤이들은 만화책.. 2024. 1. 25.
해괴한 논리 해괴한 논리.습관적으로 불법다운로드 영화를 보는 형이 있었다."헐리우드 영화는 그렇다치고 우리나라 영화는 돈내고 보시죠.만화나 영화나 불법다운로드로힘들어하는데...""아니야 난 파이를 키워주고 있는 거야.많이 유통될수록 파이가 커지고 그러면 결국 이익이 나거든.목호의난도 100만명이 스캔본으로 다운로드 해 봤다고치자.그럼 화제가 돼 종이책도 엄청 팔릴 걸."어이가 없었다.신종 카피래프트운동을 하자는 건가?그리고 불법으로 다운로드되는 모든 작품이 파이가 커져 수익을나게 하는것도 아닐테고."만드는 사람이 싫다고 하잖아요.형도 창작자인데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요?"역정을 내며 말했지만 형의 논리는 그대로였다.워낙 없이 살다보니 불법으로 다운받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그럼 최소한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져야는.. 2024.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