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권샘30 권샘이 그린 수묵화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난 권숯돌 작가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오랜 잠에서 깨어나 이제 막 기지개를 켜려던 순간 병마가 찾아왔기 때문이다.권샘은 일본 사실 때 한시도 쉬질 않으셨다.과외수업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한편 악기를 배우고연극을 하셨다.시와 소설도 쓰셨다.그리고 그림을 열정적으로 그렸다.미대 근처에도 간적없지만 표현수단으로 그림을 선택한 것이다.색연필 그림으로 시작해 수채화 그리고 수묵화로이어졌다.수묵화는 일주일에 한번 시내 문화교실에 다니며 배웠는데 솜씨가 일취월장이었다.머지않아 개인전을 해도 될 것 같았다.특히 꽃그림이 인상적이었다.안타깝게도 권샘의 그림은 한 점도 남아있지 않다.지인에게 준 그림이 한 두점 있는 정도다.직접 빚은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두 점을내게 선물.. 2025. 3. 23. 권샘 아파트단지 안을 걸어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차에 숙북히 쌓인 눈을 한 웅큼 움켜쥐었다.물기를 머금어 뽀드득 소리가 났다.손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이 좋았다.또다시 세상을 떠난 권숯돌 작가가 생각났다.삶이란 무엇인가?수북히 쌓인 눈을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거다.눈을 움켜쥐었을 때 상쾌함을 느끼는 거다.그런 거다.나와 가깝게 지내던 이가 눈을 움켜쥘 수 없다고 생각하니 슬펐다.말도 할 수없고 소리도 들을 수 없고 읽거나 쓸 수도 없는 완전한 무의 세계! 출판사에서 권작가와 함께 작업한 책 표지 디자인을 보내왔다.8차 수정본이었다.마음에 들었다.마침 우리집에 놀러온 동네형에게 표지를 보여주니 바로 좋다는 말을 하였다.고급지단다.집에 있는 다른 책들과 비교하며 참 잘된 디자인이라고 했다.동네형이 돌아간 .. 2025. 2. 23. 별을 노래하는 마음 별을 노래하는 마음어디서 죽고 싶냐고 묻거든카탈로니아라고밖에 말 할 수 없다.언제 죽고 싶냐고 묻는다면 지상의 모든음향이 정지하고 별들만이 노래하는 그 때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유언이 뭐냐고 묻는다면 내 무덤에 꽃을 심지말라고밖에 말 할 수 없다.팟캐스트 방송을 듣다가 마음에 와 닿는 시가 있어 재생을반복하며 받아 적었다.시를 쓴 이는 스페인의 국민시인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라고 한다.아엠유어맨을 부른 레너드 코헨이 로크카의 시에 심취해 시를 쓰기시작했다는...군복무 시절 소대장실에 갔더니 책상위에 레너드코헨 테이프가 있었다. 아래는 裕善님 댓글 裕善로르카와 달리와 브뉴엘이 보냈을 청춘을 조선의 동주가 그의 문우와 보냈던그것에 견준 누군가의 글이 생각납니다.카탈루니아...끊임없이 스페인으로부터의 독.. 2025. 2. 20. 이어쓰는 권숯돌 작가 이야기 이어쓰는 권숯돌 작가 이야기권숯돌 작가가 일본 유학 시절을 이야기 한 적 있다.정확하진 않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렇다.90년대 대학을 졸업하고 약 2년동안 KBS 방송 작가로 활동하였다.유학을 결심한 것은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다.교사였던 아버지는 도박에 미쳐 가정을 돌보지 않았다.나아가 빚을 떠 안겼다.가정 내 불화는 말할 수 없이 컸다.처음엔 영어권 나라로 유학을 떠날 생각이었으나 이런 저런 사정이 겹쳐일본으로 방향을 정했다.2년 과정인 랭귀지 스쿨을 1년만에 마치고 들어간 곳이 나고야대학대학원이었다.유아심리학과라고 했다.선동열이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나고야의 수호신이라 불리며 활동하던 무렵이다.대학을 다니지 않은 나는 대학사회를 모른다.그럼에도 권숯돌 작가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는 놀라웠다.대학.. 2025. 2. 19. 권샘 1주기 권숯돌 작가님 1주기가 되어 제사를 지내고 있다.원래는 유해가 뿌려진 해남을 가 추모를 하려했는데 갑자기 독감이 걸리는바람에 계획 포기.할 수없이 집에서나마 조촐하게 과일 안주와 함께 일본서 가져온 오미 술을 올렸다.그래도 서운할까봐 소주와 맥주도 함께 올리고.향은 은각사에서 산건데 향이 좋다.술은 혼자만 마시면 맛이 없다.그래서 대작한다는 의미로 나도 캔맥주를 마셨다.권작가님과 인연이 있는 후배작가 정우도 향을 피우고 있단다.정우가 말하길 반야심경을 읊으면 좋다고해서 반야심경을 내리 두 번 읊었다.생전에 권작가님은 어느 분으로부터 받은 반야심경 족자를 내게 선물로 줬다.천하에 다시 없는 명필이었다.하지만 선물이 과하단 생각이 들었는지 어느날 다시 회수해 갔다.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의 카피가 생각난다... 2025. 2. 3. 하오리 (はおり) 하오리 (はおり)권샘께서 한국에 오며 하오리 한 벌을 주었다.교토에 있는 헌옷 가게에서 샀단다.옷이 무릎까지 왔다.허리는 천으로 된 끈으로 묶었다.일본 영화나 만화에서 보는 옷이었다.검색을 해보니 기모노의 한 종류로 방한으로 입는 남녀공용 겉옷이라고 나온다.쓰기는 하오리 (はおり) 우직(羽織)이라 한다.신기한 마음에 집에서 한 번 입어보았는데 그 때 뿐이었다.다시 입을 일이 없었다.그렇게 하오리는 내내 옷장 속에 있었다.몇 년은 잠들어 있었나보다.요사이 날이 추워져 집에서 입을 옷을 찾았다.생각하니 편하게 입던 조끼가 작년 겨울 난로불에 그을려 버렸던 것이었다.그래도 입을 옷이 있겠지 하며 찾았다.낭패였다.아무리 뒤져도 마땅한 옷이 나오지 않는 거다.그러다 눈에 띈 것이 하오리다.별 생각없이 한 번 입어.. 2024. 12. 4. 권샘이 읽던 책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권숯돌 작가가 읽었다는 책들이 있다.조지오웰의 >과 채만식의 > 박경리의 >이다.말하기를 작품이 모두 좋단다.나는 이들 소설 내용이 궁금해 >을 사서 읽었다.>는 사놓고 읽지를 않았다.>은 기회가 닿으면 읽어야지 하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권작가님은 일본에서 25년을 살았는데 일본 소설과 일본 영화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일본 문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대신 나의 부탁으로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일본 만화들을 공수해주었다.시라토산페이의 >과 츠게요시하루의 > 데즈카 오사무의 단편집 그리고 사쿠라 모모코의 > 등이다.이에 대한 답으로 난 백석시집과 김소월시집을 우편으로 보내주었다.물론 일본어를 모르는 난 일본 만화를 읽지 못하고 그림만 본다. 2024. 11. 17. 권숯돌 작가 이야기 강진에 있는 권숯돌 작가 집에 잠시 머무르며 함께 전주에 있는후배 황경택 작가집을 찾아갔다.황경택 작가가 권숯돌 작가를 보며 깜짝 놀랐다.남자 작가인 줄 알았더니 여자였던 것이다.내가 권숯돌 작가와 함께 가겠다는 말 외엔 어떤 정보도 말하지 않는 탓이다.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금세 이야기 꽃을 피웠다.어제 박재동 갤러리에서 전시 오픈을 하였다.만화가 김광성 선생님이 오셔 술자리를 함께 했는데 선생님이 권숯돌이 누구냐고 물었다.선생님은 두 번 놀랐다.여자 작가라서 놀라고 또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에 놀라셨다.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남자 작가로 생각을 한다.권샘이 필명을 어릴 때 별명인 숯돌로 하겠다고 해서 별로라 생각했다.본명인 권유선 아니면 아명인 권내영이 좋았다.유서깊은 양반집 딸 같은 권내영이 나는 맘에.. 2024. 9. 3. 권샘 꿈을 꾸다 《의병장 희순》과 《진주성》 작업을 함께 했던 권숯돌 작가 꿈을 꾸었다.(이하 권샘)지금까지 꾼 권샘 꿈 가운데 가장 생생한 꿈이다.꿈에서 나는 놀랍게도 권샘이 살아있단 소식을 들었다.또 믿기지 않게도 권샘이 곧 우리집에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나는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물건들을 치우기 시작 했다.손님을 맞기엔 집이 너무나 지저분해서다.그러나 미처 물건을 다 정리하기 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문을 열어보니 권샘이 서 있었고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뜨겁게 껴안았다.죽은 줄로 알았던 사람이 돌아온 내 인생에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그 뒤로 나는 권샘을 만난 기쁨에 취해 무엇인가를 했다.평소엔 상상도 할 수없는 스케일이 큰 일들이었다.모든 것이 잘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나는 내가 꿈을 꾸고 있단 사실을 .. 2024. 8. 17.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