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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해외19

비와호 라인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비와호에 간 적이 있다. 서울시 면적과 비슷한 바다처럼 넓은 호수다. 출발지는 교토역이다. 전철로 비와호라인을 따라 한시간 너머 달리면 아름다운 비와호 품에 안길 수 있다. 나는 오쓰역(大津)을 지나며 어딘지 낯이 익다 싶었다. 생각하니 해유록에 나와있는 역이었다. 해유록은 조선통신사 제술관인 신유한 선생이 쓴 일본 여행기다. 중국 여행기에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가 있다면 일본 여행기엔 청천 신유한이 쓴 해유록이 있다. 1719년 조선 통신사 행렬은 교토를 지나 에도로 향한다. 그 길목에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비화호가 있는 것이다. 오쓰에서 하룻밤 잔 통신사 일행은 구사쓰(草津)를 지난다. 400년 전 조선 통신사가 지나던 길을 지나다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와호 .. 2024. 4. 5.
니시노코 西湖 니시노코 西湖 일본에서 가장 큰호수인 비와호엔 두 개의 큰 기생 호수가 있다. 기생 호수라지만 그 또한 크기가 적지 않다. 한반도 이남으로 오면 이만한 자연 호수는 몇 개 되지 않는다. 경포호 송지호등 동해안에 있는 여느 석호만 하다. 서쪽 호수를 뜻하는 니시노코西湖는 이름과 달리 비와호 동쪽에 있다. 크기는 작지만 아름다움에선 비와호에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물이 깨끗하다. 자연성이 살아있다. 오염원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듯 하다. 호수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쓰레기가 없다. 쓰레기로 뒤덮혀있는 한국 호수와 많이 다르다.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쓰레기를 버리는 낚시꾼을 보면 천불이 난다. 그들과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이 부끄럽다. 니시노코 옆엔 오미하치만란 소도시가 있다. 한자로 쓰면 근강팔번 近江.. 2024. 4. 5.
비와(琵琶)호 비와(琵琶)호 일본 비와호를 모르는 한국 사람이 많다. 일본에서 가장 큰호수인데도 그렇다. 후지산은 알아도 비와호는 모른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중국 동정호와 파양호를 잘 알고 있었다. 두보의 등악양루를 비롯 수많은 시에 이들 호수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비와호를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조선통신사 신유한이 쓴 해유록을 읽어본 사람 말고는. 비파를 닮아 비와(비파)호라 불리는 이 호수는 엄청난 수량을 자랑한다. 농사를 짓는데 최상의 조건이다. 그리하여 비와호는 권력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격전장이 되었다. 일본 천년수도 교토가 비와호와 멀지않고 전국 통일을 목전에 둔 오다 노부나가의 영지가 이곳 안토에 있었다. 그만큼 비와호가 지닌 위상은 컸다. 비와호 일대를 이르는 이름은 근강近江이다. 일본식 발음.. 2024. 4. 5.
마트료시카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료시카. 인형 안에 인형이 있고 인형 안에 인형이 또 있다. 손으로 직접 만들려면 엄청난 공력이 들어갈텐데 가격은 단 400루블. 우리 돈으로 8000원 정도다. 작년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중국 도문의 기념품 가게에서 하나 살까했지만 그림이 조잡해 사지 않았었다. 그림이 조잡하기는 러시아에서도 마찬가지. 어찌 하나같이 울긋불긋 정신없이 색을 칠했는지 사고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얼굴 표정도 너무 헤벌쭉하다. 하여 최대한 색이 절제돼 있는 인형을 고른다. 하나에 8000원. 하나만 사기 미안하여 두 개를 샀다. 2020.3.6 2024. 4. 4.
교토 마루야마 공원 교토 마루야마 공원 어린 시절 밀폐된 공간을 좋아해 옷장 속에 들어가곤 했다. 옷장 뿐 아니라 책상 밑으로도 들어갔다. 구석진 곳에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 그렇게 편하고 좋았다. 아마도 원시시대 방어기제가 DNA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아닌가 싶다. 아무도 눈에 안 띄는 곳! 그 곳은 적들로부터 안전하니까. 지금도 밀폐된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종종 사방이 막혀있는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몇 년 전 일본 교토에 여행을 갔을 때다. 유명 관광지인 기온의 야사카신사八坂神社를 둘러 보고 발길 닿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안내판을 보니 마루야마(円山)공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숲 속 길. 그 안에 들어앉은 일본 전통가옥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천년의 수도 교토'라는 수식어.. 2024. 3. 23.
블라보스톡 여행 1 (푸니쿨라) 탈것은 사람을 매혹시킨다. 수레 자전거 모터사이클 자동차 기차 케이블카 열기구... 블라디보스톡 여행 닷새째 '푸니쿨라'라는 기차를 탔다. 금각만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독수리전망대에서 푸시킨극장으로 내려가는 길에서다. 운행구간 180미터. 10분(?) 간격으로 경사면을 오르내린다. 작동원리는 모르지만 두대의 기차가 선로 중간 쯤에서 교차하며 오르내리는게 참 신기하다. 한번은 윤선생님을 따라 엉겹결에 탔다가 혼자 시내를 돌아다닐 때 다시 탔다. 요금은 200루블. 우리돈으로 400원쯤 하는데 승무원이 중년여인이다. 한국손님을 많이 대해서인지 500루블을 내자 우리말로 백루블 이백루블 삼백루블 하며 거슬러 준다. 나름 어려움이 있겠지만 괜찮은 일자리라 생각되었다. 윤선생님 말에 따르면 러시아에 단 두대.. 2024. 3. 22.
몽 생 미셸 (Mont-Saint-Michel) 동생이 프랑스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중세 건축물들을 보고 많이 놀랐단다. 규모가 이정도일 줄 생각 못했단다. 그러면서 제국주의시대 식민지 백성이 프랑스 파리에 오면 도시의 화려함에 압도돼 제국주의 질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란다. 여간 의지가 강하지 않으면 정신줄을 놓고 스스로를 부정하게 된다는 것. 그럴 것도 같다. 고려말 원나라수도 연경에 다녀온 이들도 그렇고 명나라에 다녀온 조선 사신단도 그렇고 일제강점기 동경에 다녀온 유학생들도 정신줄을 놓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미국에 유학만 다녀오면 검은머리 미국인이 되어 돌아오고야 만다. 그런데 동생이 말하길 전근대시절의 건축물을 제외하면 한국이 낫다고 한다. 특히 질서의식이 그렇다고 했다. 일주일 출장으로 보면 얼마나 많이 봤을까 싶은데 어쨌거나 .. 2024. 1. 28.
여권 여권 기간이 만료되어 새로 여권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너무나 맘에 안든다. 정녕 내거 이렇게 못생겼단 말인가? 컨디션이 안좋았던 탓인지 눈동자가 참으로 부자연스럽다. 컨디션 좋을 때 다시 와 찍을까? 머리도 깎고. 10년 동안 외국에 나갈 때마다 가지고 다녀야 할 여권이다. 하지만 사진값이 아까웠다 그간 물가가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15000원 정도 하던게 2만2천원이다. 못생긴 얼굴 다시 찍는다고 얼마나 나아질까 싶기도 하여 바로 시청엘 갔다 . 텨권 수수료 5만6천원. 보름 뒤에 오면 여권을 찾을 수 있단다. 여권 신청자가 많아 시간이 많이 걸리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나라 여권 소지자는 전체 인구의 70%라고 한다. 이웃나라 일본의 여권 소지자는 30%라고 한다. 세계 제 3위의 경제 대국 일본.. 2024. 1. 14.
홋카이도 전통가옥 지난 여름 일본 홋카이도를 여행하다 눈길을 사로잡는 집들이 있었다. 전통가옥이다. 도시엔 없고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어쩌다 하나씩 눈에 띄였다. 하지만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집은 찾기 힘들었다. 아... 이거다. 지방도로를 달리다 마침내 원형그대로 남아 있는 집을 찾은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니 인기척이 없다. 사람이 살고있지않은 빈집이었다. 규모로 봐서 좀 살았던 집 같은데 왜 떠난 것일까? 지금이라도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안에선 밥짓는 냄새가 날 것만 같았다. 안을 들여다보고 싶다. 하지만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을 한바퀴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일본 본토와는 또 다른 느낌의 집. 이런 집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 홋카이도의 겨울추위 속에서 밥도 해먹고 난로불에 몸을 녹이며 만화책을 보고 싶다. 그래.. 2023.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