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5 가수 가수 어릴 때부터 노래가 좋았다.노래를 부르면 모두가 좋아하며 박수를 쳤다.집안 행사는 물론 학교행사가 있을 때마다 불려나가 노래를 불렀다.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어느날부터 남의 노래가 아닌 내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직접 노랫말을 쓰고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직장생활엔 흥미가 없었다.마침 회사상황도 좋지않아 퇴사했다.나는 미친듯이 작사작곡에 매달렸다.지인들에게 들려주니 반응이 괜찮았다.용기를 내어 음반회사를 찾아갔는데 믿기지 않게도 바로 계약을 하자고 한다.정말 가수가 되는 것인가?썼던 곡들을 다듬고 다듬어 녹음을 마쳤다.나의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불려지기를 간절히 바랬다.적어도 음반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싶진 않았다.결과는 참담했다.음반이 나왔으나 지인들 말고는 사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회사를 탓을 할.. 2025. 4. 5. 호로개 몇년 전 올렸던 동물기 '호로개'가 추억 돌아보기로 다시 올라온다.있던 글에 살을 조금 더 붙여본다.거뭉이 얘기도 넣고 궁예왕 얘기도 넣고.호로개와 궁예왕은 별 연관 없으나 눈과 관련한 이미지가 겹쳐 계속 쓰게 된다. 동물기 1 호로개 “호로개가 뜨면 눈알이 파 먹힌다.”그 말은 놀부가 염라대왕 앞에 끌려가는 것만큼이나 무서웠다.눈알을 파 먹힌채 울고 있는 모습은 끔찍하기 이를데 없었다.피가 끝도 없이 흘러내렸다.그럼에도 큰형은 종종 "호로개 떴다~"를 해주었다.방바닥에 누워 내 두 손을 잡고 발을 배에 대고 들어 올리면 금세 하늘을 날았다.나는 두 팔을 펼쳐들고 "호로개 떴다~"를 외쳤다.마치 내가 들녘 저편을 날고 있는 호로개 같았다. 들녘 한 가운데 자리한 외딴집.누에농사를 끝낸 잠실은 텅 비어 고.. 2025. 3. 31. 운전 기사 운전기사 2 선배는 만화를 그만두고 이런저런 일들을 전전하다 운전기사가 되었다.우리은행 임원을 모시는 일로 급여는 월 180만원이었다.일 년이 지나선 급여가 200만원으로 올랐다.하루 여덟시간. 일요일을 뺀 나머지 6일 동안 임원의 발노릇을 했다.경우에 따라선 일요일에도 임원을 모셨는데 그 땐 특근수당이 붙었다.업무의 기본은 출퇴근길을 모시는 것이었다.다음은 미팅장소를 찾아가고 골프 접대를 위해 서울 인근의 컨트리클럽을 다녔다.접대 시간이 길어지면 자기 일을 볼 수도 있었다.한번은 한화가 운영하는 용인 남사의 한 골프장에 왔다가 오산에 있는우리 집에 놀러오기도 했다. 사실 업무라는 게 운전대를 잡는 것 외엔 많지 않았다.가장 큰 일은 차를 항상 깨끗하게 닦는 것이었고 나머지 시간은 동료들과탁구를 치며 보.. 2024. 7. 16. 유언 애정하는 인문시사 유튜브 방송 '더깊이 10' 의 경영이 어렵다. 팬으로서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리하여 자발적 시청료를 독려하는 그림을 그렸다. 헌데 뭔가 허전하다. 글을 한두 문장 더한다. 이게 점점 길어져 어느새 한 편의 꽁트가 되었다. 유언 피난민의 아들로 태어난 노인은 평생 빨갱이를 증오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적화통일을 시키기 위한 내부 첩자라 굳게 믿었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국민의 힘에 표를 주었다. 공화당부터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그리고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주류 세력에 대한 그의 지지는 한결 같았다. 빨갱이는 척결의 대상이지 타협의 대상이 아니었다. 피붙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대선 때 손녀 딸이 이재명을 찍었다는 말.. 2023. 12. 6. 동의수세보원 동의수세보원 에피소드 1 전철에서 미모의 여인이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곁눈질로 살짝 만화를 봤다. 눈에 익은 그림체였다. 김경호 작가가 그린 "만화로 보는 사상의학"이었다. 미모도 미모지만 멘탈이 아주 괜찮은 여자란 생각이 들었다. 오래 동안 하위문화로 취급받았던 만화 아닌가! 웹툰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져 만화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으나 그럼에도 대중은 공개된 장소에서 만화를 잘 보지 않는다. 순간 언젠가 사귀던 여자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점심시간을 넘겨 어느 식당에 들어갔는데 밥이 나오는 사이 다니구치 지로의 "느티나무의 선물"을 꺼내 읽었단다. 다니구치 지로는 일본은 물론 유럽까지 이름이 알려진 작가주의 만화가다. 만화를 읽다보면 예술이란.. 2023.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