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어릴 때부터 노래가 좋았다.
노래를 부르면 모두가 좋아하며 박수를 쳤다.
집안 행사는 물론 학교행사가 있을 때마다 불려나가 노래를 불렀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날부터 남의 노래가 아닌 내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직접 노랫말을 쓰고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엔 흥미가 없었다.
마침 회사상황도 좋지않아 퇴사했다.
나는 미친듯이 작사작곡에 매달렸다.
지인들에게 들려주니 반응이 괜찮았다.
용기를 내어 음반회사를 찾아갔는데 믿기지 않게도 바로 계약을 하자고 한다.
정말 가수가 되는 것인가?
썼던 곡들을 다듬고 다듬어 녹음을 마쳤다.
나의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불려지기를 간절히 바랬다.
적어도 음반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싶진 않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음반이 나왔으나 지인들 말고는 사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회사를 탓을 할 수도 없었다.
회사에선 나름 홍보를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녔으나 나의 노래는 곧 뭍히고 말았던 것이다.
쌓여있는 음반을 볼 때마다 속이 쓰리다.
그럼에도 나는 노래를 계속 불렀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의 노래보다 대중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노래를 듣고 싶어했다.
나는 사람들 요구에 맞춰 나의 노래가 아닌 다른 사람의 불렀고 반응이 좋아 업소에 불려나갔다.
직업가수가 된 것이다.
최저생활비에도 못미치지만 노래를 불러 돈을
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오늘도 나는 무대에 섰다.
내가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불렀을 땐 별 반응이
없는데 남의 노래를 불렀을 땐 박수소리가 크다.
어떤 이는 두번세번 앵콜을 외친다.
알 수 없는 슬픔이 가슴 한구석에 차오르지만
그조차도 사치다.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지 아니한가!
헌데 나도모르는 사이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다.
20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