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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107

좋아했던 여자의 뒷모습 내가 좋아했던 여자의 뒷모습.생각하니 머리숱이 참 많았었다.목덜미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은 어찌도 그리 예쁜지 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날지경이었다.내겐 그리도 예뻐보였지만 친구 눈에는 아니었나보다.어느날 여자 사진을 보여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때 나는 처음 알았다.사진이란게 그 사람이 가진 매력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구나.아니 극히 일부만 보여주는 것이구나.한 사람의 매력은 이목구비로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그 사람의 말씨와 행동에서 매력을 느낀다.그 사랑스런 대구 말씨를 녀석은 들어보지 못했던 거다.나긋나긋한 걸음걸이를 보지 못했던 거다.고개를 숙일 때 드러나는 가슴골을 못봤던 거다.지금은 만나려해도 만날 수 없는...책이 나와 보내줄까 하다 마음을 접었다.자기가 죽을 때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 2024. 6. 5.
삽화가 정용연 삽화가 정용연5월31일 북콘서트를 앞두고 재단 측에서 한글 파일로 프로필을 정리해 보내달란다.하여 프로필을 쓰는데 잠시 고민에 빠졌다.삽화가로서 경력을 써야하는지 쓰지 말아야하는지판단이 서지 않았다.이제까지 책을 내면서 작가 소개란에 한 번도 삽화 이야기를 쓴 적이 없다.내삶의 본령은 삽화가 아닌 만화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얄궂게 만화가로서 경력을 쓰려니 분량이 너무 적다.발표한 작품이 이렇게 적단 말인가?한심한 생각에 삽화가로서 경력도 써넣었다.역시 많지않다.단 네권...내가 그린 동화책 삽화의 전부다.한 때는 삽화를 그려 먹고살아볼까 생각했으나 삽화가로서 역량은 턱없이 부족했다.날고기는 삽화가들이 넘쳤다.무엇보다 일이 재미가 없었다.삽화는 글에 부속되었다.글을 꾸며주는 역할이었다.표지엔 글작가와 함께 .. 2024. 6. 5.
재일교포 3세 여자와 홋카이도 여행 중 동석한 여자는 두 다리를 뻗어 차유리 앞으로 걸쳤다.한결 편해보였다.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지다 어느 순간 말이없다.그리고 가볍게 코를 골았다.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나는 그녀의 코고는 소릴 자장가 삼아 끝도 없는 어둠 속을 질주했다.신기한게 일본은 속도 단속이 거의 없었다.대신 정지선에 대해선 엄격했다.나는 운전 중 피곤할 때 차를 세우고 좌석을 뒤로 눕히며 쉰다.그리고 다리를 차유리 앞으로 올려놓는다.한결 편하다.피가 잘통해서인 것 같다.거실에서도 탁자에 다리를 걸치고 누우면 그리 편할 수 없다.재일교포 3세 여자와 한동안 통화를 하며 지낸 적이 있다.이성의 감정이 거의 없는 오빠 동생 사이였다.여자는 여느 재일교포와 달리 한국말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하였다.덕분에 나는 재일교포 사회.. 2024. 6. 5.
장애인 인권선언 우리 모두는 잠재적 장애인입니다.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어느 한 순간 장애를 가질 수 있습니다.사람의 운명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전정현 선생은 제 오랜 이웃 블로거입니다.블로그 활동을 소홀이 하다보니 자연 소식이 끊겼다가 얼마전 페북을 통해 다시만났더랬습니다.헌데 숙제를 주셨네요.저를 지목하여 '장애인 인권 헌장' 제3 조와 제4 조를 필사하도록 한 것입니다.덕분에 모처럼 손글씨를 써봤습니다.몇해전 장애인활동보조인 과정을 이수 했더랍니다.무슨 대단한 인류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만화로 돈을 전혀벌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교육을 받았던 거지요.말하자면 보험인 셈입니다.목적이 어떻든 활동보조인 교육을 받으며 느낀 것들이 있습니다.이나라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 2024. 4. 23.
영화 감독, 남의 떡이 커보인다. 영화 감독 선배네 집에 놀라갔더니 영화 감독이란 사람이 와 있어 인사를 했다. 들으니 입봉을 못한 감독이었다. 단편 영화는 몇 편 만들었으나 장편 영화는 만들어보지 못한 것이다. 입봉이란 업계 용어로 장편 상업 영화를 극장에 내거는 것을 말한다. 소설가 지망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자비 출판이 아닌 이윤을 목적으로 일반 출판사에서 책을 내보는 게 것이 꿈이다. 마찬가지로 영화인들에게는 자신이 연출한 장편 상업 영화를 극장에 내걸어보는 것이 꿈이다. 입봉을 해야 비로소 영화 감독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는 중고차 시장에서 자동차를 판다고 했다. 자동차를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그는 만화가가 부럽다고 했다. 제작비를 따로 들이지 않고 작품을 그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는 것이다. 영화는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 2024. 4. 4.
copyright copyright 책 첫 페이지 혹 마지막 페이지 정보란엔 카피라이트 copyright가 표기돼 있다.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나타내는 국제공용어다.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약했던 80년대엔 카피라이트 표기를 하지 않았다. 대신 저자 인지를 붙여 책이 얼마만큼 팔리는지 알 수있게 하였다. 만약 3000권을 찍었다면 도장을 3000번 찍어야 했다. 책이 몇백권 정도 나가면 별 일 아니지만 몇만권 단위로 나가는 베스트셀러라면 중노동이다. 가족이 나서 도장을 찍어야한다. 행복에 겨운 비명이다. 출판사와 작가의 신뢰가 두터우면 인지 대신 '저자와의 협약으로 인지생략'이란 문구를 써넣는다. 그러함에도 분쟁이 그치지 않았다.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판매부수를 속인다는 것이다. 출판사에선 맘만 먹으면 도장 따윈 얼마든지 위.. 2024. 4. 4.
4.3 추념일에 4.3 추념일에 서있는 자리가 사람을 결정한다고 한다. "목호의 난 1374 제주"란 책을 냈지만 제주에서 살고 있지 않으니 제주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다. 제주 관련 책들을 미친듯이 읽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읽지를 않는다. 그저 책장에 꽂혀있을 뿐이다. 그래도 제주는 늘 가보고싶은 곳이다. 미처 오르지 못했던 오름을 오르고 싶고 습지를 찾아 떠나고 싶다. 백록담도 한 번 더 오르고 싶다. 비록 정착해 살지는 못하더라도 요새 유행하는 한달살이란 걸 해보고 싶다. 제주는 아름답지만 한 편으론 슬픈 곳이다. 섬 전체가 학살터다. 미군이 진주한 이래 수도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외지에서 온 이들은 제주도민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짐승이라도 그렇게 죽이진 않을 것이었다. 4.3은 그래서 아프다. 2003.. 2024. 4. 4.
글쓰기 글쓰기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그림을 잘그리기로 유명한 어느 작가 책을 검색해보았다. 책 정보 아래 이런 글이 올라온다. 작가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다. "어릴 적 저는 너무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가 거의 없던 유년 시절 이었습니다. " 글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주술 관계가 이상해서다. 어릴 적이라 했는데 유년시절이 또 들어가 있다. 더하여 비슷한 성격의 '너무'란 말과 '거의' 가 한 문장에 쓰이고 있다. 군더더기라 말할 수밖에 없다. 한번 고쳐보자. "어릴 적 저는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가 거의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고쳐보자. "어린 시절 저는 소심하여 친구가 거의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어지는 글 속에서도 주술관계가 어긋난 비문이 더러 발견되었다. 출판사에 전화를 해 글을 내리라 하고 싶었.. 2024. 4. 4.
권샘 책장 정리를 하다가 "세습사회"란 책을 발견하고 집어들었다. 교사이신 심규한 선생의 사회 비평 에세이집이다. 덕분에 어쩔 수없이 또 권샘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면 책의 여는글을 권샘이 썼기 때문이다. 심규한 선생이 권샘에게 서문을 부탁해 썼다고 한다. 분량은 일곱 쪽. 남의 책에 쓴 서문치고는 제법 길다. 어쩌면 민폐가 아닐까 싶기도하다. . 한데 읽다보면 절로 빠져든다. 한 사람의 결이 온전히 느껴진다. 자신의 지식을 뽐내지않고 조곤조곤 얘기하는 것이 참 좋다. 지성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위대한 개츠비와 위기철 선생이 쓴 아홉살 인생의 앞부분 그리고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의 온달전은 내가 특별히 좋아해 여러번 읽었다. 마찬가지로 권샘이 쓴 "세습사회"의 여는글도 한 번을 더 .. 2024.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