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단상68 사과 2014년 12월 16일 · 십년전 후배작가의 소개로 학습지(천재교육)에 만화를 그리게 됐다.창작만화는 아니고 학습과목과 연계해 그리는 것이었다. 내가 맡은 과목은 사회. 소재는 자유였고 두페이지 분량에 학습요소를 집어 넣으면 되었다. 무엇을 그릴까?마침 아버지 생각이 났다.아버지 고향은 황룡강이 흐르는 전남 장성. 황룡강에 댐이 들어서자 아버지는 나고자란 고향땅을 영영 밟을 수 없게 되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친척들 경조사로 장성에 내려갈 때면 꼭 장성댐에 들러 물고기를 사가지고 올라오시곤 했다.물고기를 손질하는 것도 역시 아버지 몫이었다. 아버지는 수돗가에 앉아 참으로 열심히 물고기 비늘을 벗기고 내장을 따셨다.나도 이따금 물고기 내장을 땄지만 일의 책임자는 언제나 아버지였다.아버지가.. 2024. 12. 16. 만화가에게 크로키란 만화가에게 크로키는 양날의 칼이다.안하면 그림이 정형화되기 쉽고 너무 열심히 하면 창작에 대한 갈증이 해소돼 만화를 안그리게 된다.글쟁이도 마찬가지.페북글을 너무 열심히 쓰다보면 그자체로 갈증이 풀려 정작 써야할 글은 안쓰거나 소홀히하게 된다. 2024. 12. 15. 나는 윤석열 정권의 피해자 나는 윤석열 정권의 피해자다.예산 삭감으로 예상수입이 일순 사라져버렸다.성남 청소년센터에서 실시하는 청소년만화대회 심사위원으로 10년동안 활동해왔다1년에 한 번 바람도 쇠고 심사료도 받는 내겐 정말 소중한 대회였다.이런 대회가 예산삭감으로 인해 못열게 되었다.청소년들의 피해는 이를데 없이 크다.센터에 나오는 친구들 대부분은 형편이 어렵다.그나마 센터에 가면 밥도 먹고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책도 읽고 영화도 본다.일년에 한두번 여행도 간다.내 어린시절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부러운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이젠 예산부족으로 어린 친구들의 밥상은 허술할 것이고 여행은 꿈도 못꿀 것이다.실력을 뽐낼 수 있는 만화대회도 사라져버렸다.작년엔 장애인웹툰아카데미 교사로 25주 수업을 했었다.역시 예.. 2024. 12. 14. 안춘회 선생님 열여덟살 때다.한 만화가선생님께 독자투고를 하며편지를 썼는데 답장이 왔다.세상에...만화가 선생님께 직접 편지를 받다니.날아갈 듯 기뻤다.이어 독자투고와 함께 편지를 썼는데 답장이 또 왔다.편지만 온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사인이 담긴 책과 함께.역시 날아갈 듯 기뻤다.그리고 얼마뒤에 내 그림이 책 뒷장독자란에 실리은 영광을 누렸다.그 것도 다른 투고자들 그림 가운데 가장 크게.나는 용기를 내어 만화가 선생님을 찾아뵙기로 했다.만화가 안춘회 선생님과 첫 만남이다.독자란 투고에 실렸던 만화는 도시의 파파라기란작품인데 기업만화다.듀카드 더크란 특허 제품을 두고 기업들간 음모와배신이 펼쳐지는 이야기로 스토리도 재밌지만그림이 너무 너무 좋았다.들으니 동료인 조성계 작가도 도시의파파라기 그림에 반해 안춘회 선생님을.. 2024. 12. 14. 심사평 어제 성남 청소년센터에서 주관하는 만화그리기대회 심사를 끝낸 뒤 쓴 심사평.올해도 길어졌다.심사평작년에 이어 심사평을 씁니다.누구는 작년에 쓴 심사평을 그대로올리라 하지만 양심상 그럴 수는 없지요.여러분의 하루 일상은 어떤가요?모르긴해도 누군가 만들어낸 제품들을 소비하며 살아갈 겁니다.음식, 가전제품, 생활용품, 학용품 등등 직접 만들어 쓰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많은 시간을 남이 쓴 소설, 남이 그린 만화, 남이 만든 영화와 드라마, 남이 연출한예능을 보며 살아가지요.일찍이 김구 선생은 말하였습니다.우리나라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가 되길 소원한다고.경제력과 군사력이 강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문화강국이 되길 바라셨습니다.왜냐면 문화는 사람을 사람답게 해주니까요.세상에 행복한 삶을.. 2024. 12. 13. 서른 즈음에 나는 음치다.학교 음악시간에 실기시험을 보면 기본점수밖에 받질 못했다.노래를 못부르니 사람들 앞에 나가 노래 부르는 걸 꺼린다.노래방 가자는 사람들이 싫다.노래방에 가선 억지로 몇곡 부를 뿐 주로 듣기만 한다.2005년이었나?동료작가들과 용인 남사에 살고계신 오세영 선생댁을 찾았다.마침 출판사 사람이 와있어 분위기가 왁자해졌다.밖에 나가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니 모두들 마음이 들떴는지 누가먼저랄 것도 없이노래방을 가게 되었다.순번이 돌고 선곡한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불렀다.썩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었지만 제목에 꽂혀 선곡 했더랬다.자꾸만 멀어져간다~사랑인 줄 알았는데~노래가 끝나자 오세영 선생님은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야 너... 왜 나를 울리고 그래~~~"나의 노래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니 믿기.. 2024. 11. 30. 박정희 주의자 옛날 오세영 선생님이 만화 토지를 그리고 계실 때 작업실에 놀러갔더니낯선 사람 하나가 와 있었다.배경 일을 도와주러 온 사람이었다.그런데 얘기를 하다보니 열렬한 박정희 추종자였다.적어도 내가 아는 만화계 사람 중에는 박정희를 추종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경제개발을 위해선 희생이 불가피했다는 논리를 펴는 그 사람을 보며절망감이 엄습했다.젊은 사람이 왜 이러는 거야?기성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것이 젊은이의 특권이란 걸 모르나?독재자가 심어놓은 논리에 세뇌당해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그를 설득할 자신도없거니와 말을 섞는 것 자체가 싫어 이내 입을 닫고 말았다.그런데 웃긴 건 이 사람이 오세영 선생의 작품을 단 한편도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오세영 선생의 작품이란 작품은 모두 다 알고 있는 나로선 왜 이사람이 .. 2024. 11. 30. 아이러니 어릴 때부터 오매불망 만화만 생각해온 사람의 작품보다 만화에 큰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지만우연찮은 계기로 만화를 그리게 된 사람의 작품이 신선하다.전자의 작품은 기존방식에 길들여져 새로운 맛이 없는반면 후자의 작품은 기존 방식과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다.독자들은 항상 봐왔던 스타일의 만화보다 이제까지 보지 못한 스타일의 만화를 먼저 찾는다.어릴때부터 오매불망 만화만 생각하며 순교자의 자세로 만화를 그려온 이로선 받아들이기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독자는 냉정하니까.나 역시 어릴 때부터 만화를 사랑하여 순교자의 자세로 만화를 그렸고 당연 기존스타일을답습했다.그리하여 개성이 없다는 소릴 많이 들었다.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다.기존 스타일을 조금이나마 벗어난 건아이러니컬하게도 몇년동안 만화를 전혀 그리지 않았기 때.. 2024. 11. 23. 정가네소사 .만화를 볼 때 일반독자들이 지나치기 쉬운 것이 연출이다.같은 이야기라도 연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진다.명작과 졸작을 가른다.히치콕처럼 세계적 명성을 얻은 영화감독들은 연출의 귀재들이다.마찬가지로 인기 만화가들은 훌륭한 이야기꾼이자 훌륭한 연출가이다.그리고 연출은 그림실력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난 누구보다 연출에 신경을 믾이 쓴다. 복사지에 장면 연출(컷 구성)을 적게는 두번 많게는 세번쯤 한다.원고를 완성하고도 눈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해체하여 다시 그린다. 내 만화를 본 이들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읽힌다고들 한다.바로 이같은 노력이 있었서이다.훌륭한 그림을 두고도 안읽히는 만화를 많이 보았다.연출에 힘을 덜썼기 때문이다.그림이 좀 허술해도 연출력이 좋으면 술술 읽힌다.. 2024. 11. 18.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