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화 단상30

도시의 파파라기 당대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영화 필름이 그렇다.당대 상영 되었던 필름이 남아있지 않아 그 기원을 알 수가 없다.부침이 심했던 한국은 더 그런 것 같다.만화 역시 마찬가지다.한국 만화의 역사를 증명해줄 작품들이 남아있지 않다.만화의 사회적 위치가 낮다보니 원고를 보관한다는개념 자체가 없었다.원고는 출판과 함께 쓰레기통으로 향하였다.책도 아주 소수만 남아 만화 박물관에 가야 겨우 볼 수가 있다.이는 한국 대본소 만화가 활황이던 80년대까지 이어진다.심지어 2000년 무렵 도서대여점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일당백"(곽원일)이란작품도 원고가 남아 있지 않단다.참으로 애석한 일이다.1986년 대본소를 통해 발표된 기업만화 "도시의 파라라기"는 인생 만화라고불릴만큼 내게 큰 영향을 주었다.나는 도시의 파파.. 2024. 6. 5.
서찬휘 작가 북펀딩 만화 칼럼니스트인 서찬휘 작가님 책에 펀딩을 했다.나로선 처음 해보는 펀딩이다.뭔가 가입하고 쓰는 행위를 견디지 못하는데 작가님께 신세를 진게있다보니 끝까지 견디며 했다.근데 펀딩을 해 베스트셀러가 되면 배당이 떨어지나?그 관계를 잘 모르겠다.지금은 책을 출간하는데 작은 힘이 되어주길 바라며 펀딩이란행위를 할 뿐이다.만화가와 평론가는 적당한 긴장이 필요한 관계다.너무 친한 나머지 주례사 비평이 되어도 안되고신랄한 비평으로 작가의 기를 꺾어서도 안된다.중간 어디 쯤 비평가의 몫이 있다.만화 평론집이 아닌 에세이집이지만 평론으로 이름을 얻은 분이기에자꾸 평론에 맞춰 이야기를 하게 된다.평론가가 이야기하는 오덕 이야기.건전한 만화 문화가 꽃피우길 바란다면 들어가 펀딩을 해보자.하고나니 이전과 다른 내가 되어있.. 2024. 6. 5.
장례식장에서 후배와 나눈 대화 후배 아버님 장례식장에 갔는데 조문을 온 한 후배가 그런다. "영길이가 그러는데 형 잘 나간다며?" "내가? 글쎄. 근근이 밥먹고 살아가는 정도지. 그게 잘 나가는 건가? 아... 얼마 전 책이 나오긴 했다." "책이 나왔는가?" "응. 그래 말나온 김에 한 권 사주라" "아이고. 내가 인터넷으로 사는 방법을 몰라서... 한 번도 안사봤 거든. 이 참에 한 번 사볼라요" 후배의 말에 한 숨이 나왔다. 술 먹을 돈은 있었어도 책 살 돈은 없었구나. 그러니 나이 50이 넘어서도 자기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없는게지. 40대 중반에야 내 이름으로 된 책이 나왔던 처지를 잊고 후배에게 한 마디 하고야 만다. "책사는데 돈 아까워하면 안돼. 가성비가 가장 좋은 게 책이거든. 난 아무리 어려워도 한달에 10만원 이.. 2024. 4. 15.
고유성 로보트킹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이웃마을 하랭이에 같은 반 친구 정식네 집에 갔더니 어린이 잡지 어깨동무와 별책부록이 있었다. 교과서 외엔 책이란 걸 거의 본적이 없는 나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특히 별책부록에 실린 로보트킹이란 만화는 눈을 뗄레야 뗄 수 없었다. 이제까지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검은 색 로보트가 페이지마다 가득하였다. 세상에 세상에... 나는 별책부록이 너무나 갖고 싶었다. 로보트를 따라 그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이 약했다. 차마 빌려달란 말을 못하였다. 그렇게 정식이네 집을 나오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2014년 최고봉이란 캐릭터로 월간 잡지 보물섬에 작품을 오래동안 연재하셨던 김영하 선생이 돌아가셨다. 무슨 일로 이희재 선생님과 함께 있었는데 마침 부고 소식을 듣고 선생님을 따라 .. 2024. 4. 13.
학습만화 시장의 몰락 2000년대 초반. 잡지만화시장이 붕괴되고 학습만화시장이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연재만화를 그리던 작가들도 너나없이 학습만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스로마신화를 필두로 밀리언셀러가 심심찮게 나왔다. 출판사는 작가에게 만부에 대한 선인세를 지급하며 일을 진행했다. 최소 만부가 팔린다는 가정하에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다. 몇몇 인기작가를 제외하고 만화가들의 형편이 좋았던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일단 일을 시작하면 인건비는 빠졌다. 둘러보면 학습만화를 그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나에게도 학습만화 의뢰가 들어왔다. 제법 큰 프로젝트라 몪돈을 만질 수 있겠다 싶었지만 헛된 꿈이었다. 기획자가 양다리를 걸치며 나와 다른 다른작가를 저울질 하다 다른작가에게 의뢰 한 것이다. 사정이 이만저만해서 계약을 못하게 됐.. 2024. 4. 4.
이희재 '나 어릴 적에' 이희재 '나 어릴 적에' 2009년 만화의 날 한국만화박물관 2층에서 이희재 선생님 전시회가 있었다. 전시는 경기도지사 김문수가 오는 등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지자체 장이 온다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만화의 사회적 위상이 올라간 것 같아 뿌듯했다. 만화는 인쇄된 책을 통해 독자와 만나는 예술 장르다. 그림이지만 회화와 다르고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소설과는 다른 매체다. 굳이 가까운 예술 장르를 찾으라면 영화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영화와는 또 다르다. 영화는 영사기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만화는 책을 통해 독자와 만나니 말이다. 만화가가 전시를 통해 독자와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왜냐면 전시는 화가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화가는 전시를 통해 자기를 알리고 그림을 판매한다. 만화가는 이.. 2024. 3. 29.
일본 만화가 나가야스 타쿠미(ながやす巧) https://www.youtube.com/watch?v=HYwrOSx28lk 만화가 나가야스 타쿠미(ながやす巧) 인터넷서 우연잖게 壬生義士傳이란 제목의 만화책 표지를 보았다. 사실적 화풍의 극화다. 그림이 아주 정성스러운데 구닥다리란 느낌을 준다. 크라잉 프리맨으로 유명한 이케가미료이치와 화풍이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아마도 이케가미 료이치의 영향을 받은 듯 하다. 작가의 이름은 나가야스타쿠미(ながやす巧) 49년생인데 검색을 해보니 낯이 익다. "닥터 구마히게"란 작품과 "사류라"라는 작품을 그렸다. 당대 최고의 만화 스토리 작가인 카지와라 잇키 (梶原一騎)와 고이케 가즈오 (小池一夫)와 협업을 해왔다. 카지와라 잇키와 협업한 "아이와 마코토"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壬生義士傳은 철도원으로 유명.. 2024. 3. 29.
야와라 야와라 우라사와 나오키가 쓰고 그린 "야와라"를 몇 권 주문했다.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 주문을 한 것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표지 그림에 혹했다. 이렇게 여자를 밝고 사랑스럽게 그리다니. 우라사와 나오키의 필력이 진정 부러웠다. 그리고 한 편으론 너무 칙칙하게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밝게 살고 싶다. 밝은 것을 그리고 싶다. 내 그림이 칙칙하다고는 생각안해봤는데 그리 밝은 것도 아니다. 하다보니 어쩔 수없이 어두운 것들을 그린 측면도 있다. 오늘 문득 "야와라" 표지 그림을 보니 밝음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 조선시대 여인을 넘어 현대 여인들도 그리고 싶다. 그 것이 십대 소녀라면 더 좋겠다. 나도 십대 소녀의 풋풋함을 그리고 싶다. 그리고싶다고해서 당장 그려지는 것은.. 2024. 3. 25.
여성의 골반 여성의 신체부위 중 여성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골반이지 싶다. 멀리서 사람이 다가오면 나는 골반을 보고 남자와 여자를 구분한다. 언젠가 가수 최OO씨가 화성 초등학교에서 공연을 한 적 있는데 멀리서 바라보는 나의 눈은 한 곳에 고정돼 있었다. 그녀의 골반이었다. 여성의 가슴과 목덜미 그리고 팔꿈치도 눈을 사로잡지만 골반에 미치진 못한다. 골반은 생명을 품는 곳. 아마도 유전자를 퍼트리고 싶은 나의 본능이 골반으로 눈길을 향하게 하는 것 같다. 어른들이 말하지 않던가! 자고로 여자는 엉덩이가 커야 애를 쑥쑥 잘 낳는다고. 사람을 쉽게 그려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나이지만 여자를 그리기는 더 어렵다. 특히 섹시한 여자는 더 그렇다. 어쩌다 맘먹고 섹시한 여자를 그렸다 싶으면 듣는 소리가 “어째 니 그림은.. 2024.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