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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95

오토모 가츠히로 大友克洋 일본 만화가 오토모 가츠히로大友克洋. 그의 만화는 자국인 일본은 물론 바다 건너 한국 만화가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한마디로 그의 만화는 만화가들의 교과서였다. 만화가 작업실 어딜 가나 그의 대표작인 "아키라"가 꽂혀 있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명동 중국대사관 앞 서점에서 아키라 뿐 아키라 이전 작품들도 모조리 구입했다. 더하여 아키라에 있는 컷들을 따라 그렸다. 따라 그리면 그릴수록 그가 그림을 정말 잘 그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세상 또 다음 세상에 태어나도 그처럼 잘 그릴 순 없을 것이다. 천재라도 말할 수밖에 없는 존재. 아키라가 워낙 유명하지만 나는 아키라 이전 작품들이 더 좋았다. 20대 초반 그린 단편집들은 원숙함 그 자체였다. 기량이 아주 뛰어난 50대 작가가 그렸다.. 2023. 11. 17.
일어나요 강귀찬 김한조 작가의 책이 나와 구입했다. 제목은 "일어나요 강귀찬". 책을 펼쳤는데 속지에 그림이 있다. 인쇄 그림인지 진짜 손으로 그린 그림인지 알 수가 없어 손에 침을 묻혀 살짝 문질러 보았다. 손 끝에 시꺼먼게 올라온다. 직접 그린 거다. 와~~ 속지 뒤를 보니 펜으로 눌러 그린 흔적이 보인다. 펀딩에 참여한 이들에게 그림 사인을 해 준 건 알고 있었지만 불특정 독자를 위해 이렇게 사인을 해주다니 놀라울 뿐이다. 출간된 책에 저자가 글씨를 쓴 건 봤어도 그림을 그린 건 처음이다. 그림 사인을 몇 권이나 한 것일까? 100권 사인을 한 경험이 있는 나로선 너무나도 궁금하다. 전화를 해 물어볼까? 안타깝게도 전화 번호에 저장이 돼있지 않다. (음... 친하진 않구나) 어쨌거나 참으로 귀한 책이다. 이런 작업.. 2023. 11. 17.
나는 아직도 아날로그로 작업한다. 2000년대 초 고 구본형선생이 쓴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란 책을 읽고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2012년 대선 즈음해서 읽었던 시골의사 박경철 선생이 쓴 "자기혁명"은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나는 변하고 싶었고 어제의 내가 아닌 새로운 사람이 되고싶었다. 그로부터 7년. 나는 여전히 예전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간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대신 수고로이 은행 창구로 달려가 일을 본다. 만화 역시 전통을 고수한다. 남들은 작업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했지만 나는 아날로그방식이다. 특별한 의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익숙한 것과 결별하지 못해서이다. 관성대로 살아간다. 정치성향은 진보에 가까우나 생활방식은 완전 보수다. 2019년 11월 5일 페이스북에 쓴 글. 지금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다. 2023. 11. 9.
과한 칭찬 과한 칭찬 누군가 내 작품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칭찬하였다. 기분이 좋은 한 편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높이 떠오를수록 떨어지는 아픔도 크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도 칭찬이 꼭 칭찬이 아님을 경계한다. 늘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야 떨어져도 덜 아프다. 내가 참으로 한심하게 생각하는 작품이 있었다. 대충 뚝딱 뚝딱 그린뒤 굉장한 의미를 부여해 세상에 내놓은 작품. 나를 과하게 칭찬한 이가 다른 장소에서 하찮게 생각하던 그 작품을 칭찬했다. 순간 그가 했던 나에 대한 칭찬이 공허하게 들렸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살면서 그러한 순간들을 종종 맞딱뜨린다. 난 별로라 생각하는 것들을 누군가 칭찬하면 나에 대한 칭찬이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구나 생각한다. 아니면 장점만 보고 그 걸 부각해 말하는 사람.. 2023. 10. 22.
정가네소사 변산 공동체에 가있는 지인이 사진을 한 장 보내왔다. 책장에 "정가네소사"가 꽂혀있는 것이었다. 책모서리가 날카롭게 서있지않는 걸로 봐서 여러 사람이 읽은 듯 하다. 그 옆에 있는 강풀의 "26"년 은 모서리가 찢어지기까지 하여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읽었음을 알 수 있다. 2023.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