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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오토모 가츠히로 大友克洋

by 만선생~ 2023. 11. 17.
일본 만화가 오토모 가츠히로大友克洋.
그의 만화는 자국인 일본은 물론 바다 건너 한국 만화가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한마디로 그의 만화는 만화가들의 교과서였다.
만화가 작업실 어딜 가나 그의 대표작인 "아키라"가 꽂혀 있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명동 중국대사관 앞 서점에서 아키라 뿐 아키라 이전 작품들도 모조리 구입했다.
더하여 아키라에 있는 컷들을 따라 그렸다.
따라 그리면 그릴수록 그가 그림을 정말 잘 그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세상 또 다음 세상에 태어나도 그처럼 잘 그릴 순 없을 것이다.
천재라도 말할 수밖에 없는 존재.
아키라가 워낙 유명하지만 나는 아키라 이전 작품들이 더 좋았다.
20대 초반 그린 단편집들은 원숙함 그 자체였다.
기량이 아주 뛰어난 50대 작가가 그렸다 해도 믿을 수밖에 없는.
나는 그를 흠모했다.
그런 작가가 될 수 있기를 마음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그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넘나들었다.
자신의 작품 아키라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비평가들로부터 어마어마한 찬사를 들었다.
영화사에 남을 걸작이었다.
하지만 뒤이은 작품들은 아키라를 뛰어넘지 못했다.
작품성도 흥행도 그저 그랬다.
실사 영화에도 도전했지만 그저 그런 작품으로 남았다.
미야자키 하야호나 신카이 마코토와 같이 화제의 중심에 서있지 못했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겠지만 활동 소식이 잘 전해지지 않는다.
나에겐 여전히 신과같은 존재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조로해버린 천재...
너무 이른 나이 보여줄 걸 다 보여준 것 같은...
1954년생이니 아키라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을 때가 불과 30대 중반이었다.
활동다운 활동을 못해본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
나는 그가 조로한 천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계속해 신선한 무언가를 대중에 내놓는 작가였으면 좋겠다.
얼마 전 우연히 그의 사진을 발견하고 참으로 반가웠다.
작업 중인 모습이 그렇게 좋아보일 수가 없었다.
그에 대한 흠모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었다.
덕분에 그의 작품을 다시 꺼내 보았다.
여전히 훌륭했고 도달해야할 목표로 생각되었다.
공자를 만세사표라 하는데 나의 만세사표는 오토모 가츠히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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