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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사회 복지관 수업을 마치며

by 만선생~ 2023. 11. 20.
사회복지관 마지막 수업. 한 아이가 내게 상을 주었다.
 
 
 
 
오늘은 사회복지관 마지막 수업이다.
지지난주 월요일.
작품집 발간을 위해 그동안 수업을 하며 느낀 점을 쓰라고 했더니 한 아이가
한시간 반동안 꼼짝하지 않고 무언가를 쓰는 것이다.
A4 용지를 빽빽하게 채운 글.
아이의 집중력에 놀랐고 글솜씨에 놀랐다.
그나저나 옮겨쓰자니 꽤나 힘들구나야..

 

만화반 활동을 하면 느낀 점
 
** 욱
지난 12주 동안 진행했던 만화반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문자가 왔다.
만화반을 모집한다고.
그림을 좋아하는 나는 그림은 좋아하지만 그리는 실력은 없었다.
그 문자가 오고나서, 아, 나는 이곳에서 기초와 실력을 기를 수 있을까 하고
망설임 없이 참가한다고 답장을 보냈다.
나는 배우고 싶었다.
집에 돌아가서는 그림을 그릴 의욕이 사라져 버리기에,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이곳에 온 것이다.
첫날, 내가 무엇을 배울지 기대가 되었다.
교실에 들어가보니 나말고 4명이 더 있었다.
나는 그 중 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림을 가르쳐주실 선생님을 뵈었다.
인자하신 분이었다.
각자에게 종이와 연필을 주시고 주제에 맞게 그리라고 하셨다.
나는 걱정하는 것이 있었다.
첫 번째로는 남 앞에서 내 그림을 보여주기 부끄러웠다.
내 그림을 보고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가 두려웠다.
남이 없을 때는 마음놓고 편하게 그려서 그나마 보여줘도 괜찮은 작품이 나오는데
남에게 의식받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 자연스레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남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기 싫은 이유는
옛날에 어떠한 일로 트라우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림을 그릴 수 없는 나는 2주차도 3주차도 계속 그리지 못했다.
그래도 배울려고 온 것인데 시간만 소비하고 가니 허무했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하고 생각했다.
그 다음주차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그림은 무언가 내 기준에서 잘 그린 것이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노력과 마음 가짐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는 자각하고 있다.
그런데 작정하고 웃길려고 그린 그림은 뭔가 상대에게도 보여줘도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르를 바꾸는 것도 괜찮기는 한데 나 자신이 그 것을 용납하지는 않는가보다.
계속 고집이나 피우고...
아마 12주차동안 4~5개배정도밖에 안 그렸을 것이다.
후.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어느 날 만화반에 전에 다닌 졸업생이 찾아왔다.
그 졸업생은 ‘본인의 실력을 비하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했다.
그러나 정체되지도 말라고 했다.
또 기회를 잡으라고 했다.
기회는 곧 소중함이고 그 소중한은 가늠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들으니 트라마우마 같은 것이 조금 날라간 기분이었다.
앞으로 갈길이 멀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말이었다.
그리고 과거에 멈춰있던 나를 달리라고 등을 밀어준 느낌, 열심히 해야겠다는
발판이 되었던 말이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만화반이 끝날 시간이 임박하고 있다.
정작 나는 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나에게 만화반이란 그저 주제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던 것이었던 같다.
내가 생각한 거랑 다르지만 뭐 즐거웠다.
의욕없게 만드는 집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만든 이곳은 많이 늘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실은 늘었다.
2%정도...?
여기 올 때 색칠도 잘하게 됐으면 이라고는 했지만, 색칠은 늘지 않았다.
색칠은 왜 필요하냐면 주준이 6살 정도라서 기껏 연필로 잘 그린 그림 망쳐놓는
꼴이라서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뭐 그림을 안 그려서 색칠 못한 내 잘못이지만
(만약 중2 수준에 그림을 그렸다치면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색칠을 해버리면 중 2에서 6~15살로 가치가 하락함.)
이 그림반에서 나는 헤맸지만 조금씩 방향을 잡았다.
그림반은 나에게 있어 방향을 잡아주는 곳 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것만으로도 이곳에 온 충분한 가치는 있던 모양이라 만족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배에서 키가 방향을 못 잡고 있는데 조타수가 잡아줘서 안전하게
갈수 있게 말이다.
온 보람은 있었다.
선생님이나 학생들에게도 감사한다.
조금씩 갈피를 잡게 해줘서.
나는 평소의 나답게 생활하기로 했다.
그동안 나를 너무 숨겼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림의 방향을 잡게 해준 이 만화반도 이제는 큰 추억이 될 것이다.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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