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화 단상

내가 완성한 첫 이야기

by 만선생~ 2023. 11. 18.
이야기를 처음으로 완결지어본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다.
만화가가 되기위해선 스토리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문예반에 들었는데
그날 선생님께서 내준 숙제가 소설 창작이었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랬던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버거운 숙제인데 나는 소설을 써냈다.
분량은 16절지 시험지로 다섯매.
제목은 '곰사냥'이었다.
어릴 때 우리집을 찾아와 열흘정도 머물다간 아버지 친구가 모델이었다.
약장사였는데 내가 많이 따랐다.
아마도 서울에서 왔기 때문이리라.
소설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대략 이렇다.
어느날 가난한 산골마을에 외지인이 나타난다.
아버지의 고향친구다.
아저씨는 사냥꾼으로 곰을 사냥하면 큰돈을 벌 수있을 거라고 한다.
아버지는 친구를 나무란다.
헛된꿈 꾸지말고 현실에 뿌리박으며 착실히 살아가란 거다.
소년은 무척이나 아저씨를 따른다.
어느날 산에서 내려온 약초꾼이 말했다.
산에서 곰발자국을 보았다고.
아저씨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산으로 가고 소년도 아저씨를 따라나선다.
앞서가는 아저씨를 잃어버린 소년. 
한참뒤 산 저쪽에서 총성이 울려퍼진다.
해가진 뒤에도 돌아오지않는 아저씨.
이튿날 아버지를 비롯해 마을사람 몇이 아저씨를 찾아 산으로 떠난다.
아저씨는 아버지 등에 엎혀왔다.
만신창이의 몸으로 숨이 끊긴채....
여기까지다.
내용이 더이상은 생각이나지 않는다.
아마 별이야기도 없었을 것이다.
소설을 본 담임선생님의 반응은 어쭈였다.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않았지만 그런반응이었다.
참고로 문예반 담당이었던 담임은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여러 차례
응모했으나 순위에만 오르고 모두 떨어졌다고 한다.
이후 두번째로 이야기를 완결지어 써본 것은 군대가기 전 그린 단편만화 스토리다.
세번째는 군제대 이후 그려서 주간만화에 실린 단편 '하데스의 밤.'
얼결에 데뷔를 하긴 했는데 이후가 문제였다.
스토리가 나오지 않는 거다.
내 인생이 꼬여버린 결정적 요인이었다.
만화가는 그림쟁이 이전에 이야기꾼이어야한다.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써내야한다.
작가로 활발히 활동을 못한 이유다.
첫 책을 낸 것은 나이 마흔 여섯.
참으로 늦되다.

'만화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스로 모델이 되다  (1) 2023.11.27
사회 복지관 수업을 마치며  (1) 2023.11.20
오토모 가츠히로 大友克洋  (0) 2023.11.17
일어나요 강귀찬  (1) 2023.11.17
나는 아직도 아날로그로 작업한다.  (0) 2023.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