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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4

산길 밤마다 한시간남짓 산길을 걷는다. 처음엔 깜깜해 으스스 했는데 영감님 한분이 시청(?)에 진정을 해 밤새 불을 켜게 하였다. 전력낭비에다 빛공해를 유발하지만 다니다보니 어느덧 편안함에 길들여지고 말았다. 불이 들어오기 전엔 이상한 자부심이 있었다. 남들이 무서워 다니지 않는 길을 다닌다는... 하지만 지금은 의도치 않게 문명의 이기를 누린다. 인간이 편안함을 추구하면할수록 자연생태계는 파괴되고 결국 인간의 삶 또한 파멸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스터섬의 교훈을 잊지않아야한다. 지금이라도 불을 끈다면 으스스한 산길을 다닐 용의가 있다. 밤은 밤같아야한다. 2018.12.14 2023. 12. 17.
서울 용두동 골목길 어제 용두동 골목길에서 본 한옥. 1980년 초 용두동에 사는 작은 할아버지 댁에 갔는데 이런 기와집이었다. 작은 할아버지와 작은 할머니 그리고 삼촌들이 살던 집. 우리보다 조금 일찍 서울에 올라와 세들어 살았다. 작은 할아버지는 빡빡머리에 한복을 입으셨다. 댓님을 매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른 앞에선 무릎을 꿇고 있어야하는 줄 알고 무릎을 꿇었더니 다리가 저려 일어서기가 힘들었다. 반면 육촌 동생들은 편안하게 양반다리를 하고 있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온다고 했다. 사는게 넉넉치 않으니 우리를 살갑게 대하진 않았다. 그래서 명절날이 아니면 가지를 않았다. 그래도 한옥에서 잠시나마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다행이라 생각한다. 한국인으로 살면서 한옥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이 또한 불행이 아닐까 .. 2023. 11. 30.
서울 약령시장 앞길 어제는 시내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제기역 앞길을 걸었다. 그 유명한 약령시장 앞이다. 어린시절 제기동에 살았건만 방향이 헷갈려 장사하는 분에게 물었다. "제기역이 이쪽 맞나요?" "네" 거리는 경천동지할만큼 달라져 있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꿈에도 몰랐다. 어릴 때 제기역에서 미도파 백화점에 이르는 길은 한산했다.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았다. 약령시장과 경동시장의 외곽이었다. 미도파 백화점도 수지가 맞지 않아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가게는 제기역 안까지 이어져 있었고 역사엔 사람이 많았다. 예전과 비할바 아니었다. 과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80년 우리집은 제기동 골목길 단칸방에 한달을 살고 가까운 산동네로 이사를 갔다. 친구집에 놀러가려 몇개월만에 그 골목기로 와보니.. 2023. 11. 30.
생강나무 사패산 계곡의 생강나무. 봄에는 노란 꽃을 피워 발걸음을 붙잡더니 가을엔 노란 단풍으로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만드누나. 노랗게 물들어 더욱 아름다운 생강나무. 나는 그렇게 생강나무 아래에서 한 참을 서있었다. 2021.11.1 2023.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