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용두동 골목길에서 본 한옥.
1980년 초 용두동에 사는 작은 할아버지 댁에 갔는데 이런 기와집이었다.
작은 할아버지와 작은 할머니 그리고 삼촌들이 살던 집.
우리보다 조금 일찍 서울에 올라와 세들어 살았다.
작은 할아버지는 빡빡머리에 한복을 입으셨다.
댓님을 매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른 앞에선 무릎을 꿇고 있어야하는 줄 알고
무릎을 꿇었더니 다리가 저려 일어서기가 힘들었다.
반면 육촌 동생들은 편안하게 양반다리를 하고 있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온다고 했다.
사는게 넉넉치 않으니 우리를 살갑게 대하진 않았다.
그래서 명절날이 아니면 가지를 않았다.
그래도 한옥에서 잠시나마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다행이라 생각한다.
한국인으로 살면서 한옥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이 또한 불행이 아닐까 싶다.
작은 할아버지가 살던 한옥은 찾을 길이 없다.
길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유사한 형태의 한옥이 몇 채 남아있는데 집들이 많이 낡았다.
생활에 맞게 보수공사를 하여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기와는 눈뜨고 볼 수가 없다.
처참하다.
흙으로 구운 기와를 쓰기엔 경비가 너무 많이 드니 그를 대신해 썼겠지만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전통가옥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국가가 기와값을 보조해 줬으면 좋겠다.
플라스틱으로 된 기와를 보기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은 없을테다.
현대와 전통이 잘 조화된 도심을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