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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98

스승님을 찾아뵙다 어제 새로 나온 책을 드리러 스승님을 찾아뵈었다.올해 나이 일흔 여섯.방안에서 양반다리로 자세를 바로하며 내내 말씀을 이어가셨다.그에 비해 나는 양반 다리가 힘들다.몸이 뒤틀린다.아마 살이 쪄서 더 그런 듯 하다.입식 생활이 전부인 서양사람만큼은 아니어도 장시간 양반다리는 힘들다.선생님은 또래 여느 작가들보다 건강하신듯 했다.다행이었다.선생님께선 이영도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에 이어"피를 마시는 새"에 삽화를 그리고 계셨다.출판사(민음사)에서 대우를 괜찮게 해준다 말씀을 하신다.내가 작업 중인 그림 중 하나를 특별히 더 마음에 들어하자 주시겠다고 한다.나중 출판사에 스캔을 마친 뒤 다시 가져오면 그 때 몇 장 주신다는 거다.이런 영광이 있나 싶어 감격하였다.언제일지 모르지만 그림을 받는 즉시 표구를 .. 2025. 4. 24.
장애인 웹툰 수업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25주간 웹툰 수업을 하게 되었다.당연히 종이에 그리겠거니 했더니 교실에 신티크가 11대나 설치돼 있는 것이다.그러니까 클립스튜디오란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거다.클립을 쓸줄 모르는 나로선 난감하였다.그동안 써왔던 포토샵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다른 건 다른 거다.그렇다고 강의를 취소할 순 없었다.부랴부랴 발달장애인 수업 경험이 있는 후배를 찾아가 두시간 가까이 클립스튜디오 조작방법과 강의를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그리고 며칠이 지나 강의를 하루 앞두게 되었다.불안한 마음에 발달지원센터에 가 컴퓨터 전원을 켜고 폴더를 만들어봤다. 빔 사용법도 익혔다.클립스튜디오의 기능을 하나둘 시험해 봤다.포토샵과 비슷하지만 다른 건 다른 거였다.어떻게 수업을 진행할지 .. 2025. 4. 19.
서운함 만화 그리는 두 살 위 형이 있다.만나면 시시껄렁한 농담도 하고 밥도 먹고 산책도 하는 그야말로 막역한 사이다. 얼마 전엔 영화 "파묘"를 함께 보기도 했다. 형은 내가 컴퓨터에 문제가 생길 때 SOS를 신청하면 바로 해결해주는 능력자이기도 하다. 컴퓨터 뿐 아니라 생활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나는 형에게 내 차를 여러번 빌려주었다. 마누라를 빌려줄지언정 차는 빌려주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어차피 잘 타지도 않는 차 누가 탄들 어쩌겠는가! 형은 이른 나이 만화를 시작했다. 대본소 만화 시스템에서 차례를 밟아가며 데셍맨이 되었고 가정도 꾸렸다. 형은 스토리작가와 협업으로 신문 연재만화를 그렸다. 하지만 아쉽게 어떤 사정으로 연재는 중단되었고 이런 저런.. 2025. 4. 16.
만화가 최후의 보루 수년동안 애써 그린 만화는 전혀 팔리지 않았다.이후 그리는 만화들도 생산력이 극히 낮았다.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력은 바로 돈 아니던가!당연히도 생활이 안됐다.사람구실을 할 수 없었다.가족행사에 가는 것도 지인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도 힘들었다.공과금 고지서들이 쌓여만 갔다.벼랑끝에 내몰려 언제 떨어져 죽을지 모르는 삶. 최소한의 안전망을 갖고 싶었다.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빠져나갈 작은 구멍 하나 말이다.그리하여 찾은 곳이 혜화동에 있는 노들 장애인 야간 학교다.수강료 10만원에 5일동안 40시간의 장애인활동보조인 교육을 받았다.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교장인 박경식 선생께 교육 수료증을 받고 집으로 왔다.이제 신청을 하고 기관에서 하루동안 교육을받으면 활동보조인으로 일할 수 있다고 했다.임금은.. 2025. 4. 15.
책사는 것에 인색하다 후배 아버님 장례식장에 갔는데 조문을 온 한 후배가 그런다."영길이가 그러는데 형 잘 나간다며?""내가? 글쎄. 근근이 밥먹고 살아가는 정도지.그게 잘 나가는 건가?아... 얼마 전 책이 나오긴 했다.""책이 나왔는가?""응. 그래 말나온 김에 한 권 사주라""아이고. 내가 인터넷으로 사는 방법을 몰라서...한 번도 안사봤 거든.이 참에 한 번 사볼라요" 후배의 말에 한 숨이 나왔다.술 먹을 돈은 있었어도 책 살 돈은 없었구나.그러니 나이 50이 넘어서도 자기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없는게지.40대 중반에야 내 이름으로 된 책이 나왔던 처지를잊고 후배에게 한 마디 하고야 만다. "책사는데 돈 아까워하면 안돼.가성비가 가장 좋은 게 책이거든.난 아무리 어려워도 한달에 10만원 이상은 산다.많이 사면 20만.. 2025. 4. 15.
멘토,멘티 사업에 지원했으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공모하는 멘토,멘티 사업에 지원했으나 떨어졌다.멘토는 아니고 멘티다.멘티의 조건이 40세 이상으로 새로운 기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력단절 만화가다.나는 클립스튜디오를 쓰지 못해 이 참에 배워볼까 싶었지만 아쉽게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작년 장애인 웹툰 아카데미 강사로 나가 클립 사용법을가르치기도 했으나 기본 중 기본 사양이었다.이후엔 쓸 일이 없었다.사람마다 다 다를텐데 난 이상하게 클립에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편리함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사용법이 왠지 싫었다.시험삼아 한페이지 그려봤는데 뜻대로 그려지지도 않을 뿐더러 그리는 시간이 지옥처럼 느껴졌다.세상 모든 일엔 진입장벽이란게 있다.제 아무리 잘난사람도 처음 맞부딪히는 상황에선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클립이란 것도 그럴.. 2025. 4. 14.
AI 단상 이십대 후반 7개월동안 학습지 삽화를 그렸는데 좀 짭짤했다.덕분에 보증금 200에 월 20만원 내던 반지하방을 탈출, 1,200만원 하는 옥탑전세로이사를 갈 수 있었다.사십대 중반엔 교과서 삽화를 한권 분량 그려 경제적위기를 넘겼다.만화가로서 자부심을 느낄 일은 아니지만 학습지와 교과서 삽화를 그리지 않았다면 생활이더 힘들었을 거다.정말이지 위태로운 순간 손을 내밀어준 게 바로 삽화였다.이후엔 학습지 삽화를 그려본적이 없어 사정을 모르겠지만 삽화가들의 삶도 힘들어졌을 것 같다. AI가 이를 대신하기 때문이다.아마도 더 힘든 이들은 게임 원화맨일 게다.몇날 며칠 그려야 구현해낼 수 있는 장면들을 명령어몇개로 구현해 내니 원화맨들을 쓸 필요가 없다.많은 원화맨들이 직업을 잃고 다른 일을 찾아 전전할 것이다... 2025. 3. 31.
copyright copyright책 첫 페이지 혹 마지막 페이지 정보란엔 카피라이트 copyright가 표기돼 있다.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나타내는 국제공용어다.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약했던 80년대엔 카피라이트 표기를 하지 않았다.대신 저자 인지를 붙여 책이 얼마만큼 팔리는지 알 수있게 하였다.만약 3000권을 찍었다면 도장을 3000번 찍어야 했다.책이 몇백권 정도 나가면 별 일 아니지만 몇만권 단위로 나가는 베스트셀러라면중노동이다.가족이 나서 도장을 찍어야한다.행복에 겨운 비명이다.출판사와 작가의 신뢰가 두터우면 인지 대신 '저자와의 협약으로 인지생략'이란문구를 써넣는다.그러함에도 분쟁이 그치지 않았다.출판사에서 작가에게 판매부수를 속인다는 것이다.출판사에선 맘만 먹으면 도장 따윈 얼마든지 위조해 붙일 수 있었다.작가.. 2025. 3. 31.
유튜브로 만화에 관한 영상을 보다 메모 정훈 작가의 "부엌숙이"란 만화가 KBS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최초다. (연성대학교 만화콘텐츠과 김정영 교수) 이근철 선생 재테크를 잘했다. 땅에다 투자해라.기흥에 땅에 몇천평 샀는데 고속도로가 들어섰다. 60년대. 당시로는 특이하게 책뒤에 판권 저자 소유를 표기했다. 히트작가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 조관제 이해경 선생 권영섭선생님 만화책 독자란 출신이다, 심의필은 68년부터.권영섭 선생 동생이 서울법대를 나와 통신사 기자였다. 2025.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