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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AI 단상

by 만선생~ 2025. 3. 31.

AI 그림

 

이십대 후반 7개월동안 학습지 삽화를 그렸는데 좀 짭짤했다.
덕분에 보증금 200에 월 20만원 내던 반지하방을 탈출, 1,200만원 하는 옥탑전세로
이사를 갈 수 있었다.
사십대 중반엔 교과서 삽화를 한권 분량 그려 경제적
위기를 넘겼다.
만화가로서 자부심을 느낄 일은 아니지만 학습지와 교과서 삽화를 그리지 않았다면 생활이
더 힘들었을 거다.
정말이지 위태로운 순간 손을 내밀어준 게 바로 삽화였다.
이후엔 학습지 삽화를 그려본적이 없어 사정을 모르겠지만 삽화가들의 삶도 힘들어졌을 것 같다.
 
AI가 이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더 힘든 이들은 게임 원화맨일 게다.
몇날 며칠 그려야 구현해낼 수 있는 장면들을 명령어
몇개로 구현해 내니 원화맨들을 쓸 필요가 없다.
많은 원화맨들이 직업을 잃고 다른 일을 찾아 전전할 것이다.
실재 나와 친한 후배도 아파트 관리사무소 전기설비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나마 매형이 관리소장이라 그만한 일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다.
 
AI 광풍이 만화(웬툰)에도 몰아치고 있다.
수십년 훈련을 한 사람이 하루 종일 아니 며칠씩 매달려야 구현해낼 수 있는 장면들을
명령어 몇개로 몇분만에 구현해내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누구라도 별다른 노력없이 작가임을 자처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세상의 변화에 민감한 이들은 AI 전도사를 자처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들을 위한 출판시장과 강연 시장이 열렸다.
세상의 변화에 둔감한 나는 AI를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좋다 싫다란 말도 하지 않는다.
나와 무관한 일로 여기며 살아갈 뿐이다.
의학을 비롯 기술의 진보가 탐탁치않은 나로선 AI를 곁눈질 하지도 않을 것 같다.
학습지 삽화를 그려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생계까지
담당했던 이들.
산업혁명시기 기계로 일자리를 빼앗긴 이들은 기계를
파괴하는 러타이트 운동을 벌였지만 지금은 저항할 수단이 전혀없다.
그저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되려 경쟁력은 AI반대편에 있지않을까 싶기도하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한다 해도 나는 여전히 기존 방식으로 한땀 한 땀 그려나갈 것이다.
효율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생산성이 낮으면 낮은대로 그렇게 살아갈테다.
그래서 받아들여지는 곳이 있다면 다행이고 없다면
없는대로 살면 그만이다.
AI와 상관없이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러니 일단 청소부터 하자.
아무리 AI 기술을 잘 활용하는 사람도 청소만큼은 자신이 해야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