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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해외24

다다미 추억 다다미 추억 2006년 지금은 문을 닫은 청년사에서 동화책 삽화를 그렸는데 집에선 작업이잘안된다고 하자 그럼 회사에 와 작업을 하라는 것이었다.4층에 기획위원실 숙소가 비어 있다면서.하여 약 보름간 출판사에서 숙식을 하며 그림을 그렸다.특이한 점은 기획위원실 숙소에 다다미가 깔려있다는 것이었다.때는 여름이었는데 나는 이 다다미가 너무나 좋았다.감촉하며 냄새까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일본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사나 싶었다. 몇년 전 교토와 멀지않은 소도시에 있는 한 여관에서 사흘동안 머물렀었다.묘각원이란 이름의 여관이었는데 툇마루가 있어 참 좋았다.한가지 아쉬운 점은 다다미였다.다다미 모양을 한 장판을 깔았던 것이다.그리고 이따금씩 바퀴벌레가 한마리씩 지나가 사람을 놀라게 하였다.대신 깊은 욕조는 내가 .. 2024. 9. 26.
일본 나라현 사천왕상 어린 시절 어렴풋하게 남아있는 기억이 있다.백양사 천왕문을 지나며 보았던 사천왕상이다.어마어마한 크기의 기괴하기 짝이 없는 조각상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태어나 처음으로 느낀 공포였다.렇그게 절은 내게 무서운 곳으로 각인되었다.고등학교 1학년 때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타르타를 읽었다.문장 하나하나가 잠자고 있던 나의 뇌세포를 건드렸다.자아를 찾아 고행을 떠나고 세존을 만나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그렇게흥미로울 수가 없었다.이후 불교가 친근하게 느껴졌다.더하여 불교의 상징들도 하나씩 알게 되었다.그토록 무서웠던 사천왕상은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든든했다.그래서 절에 갈 때마다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사천왕상이다.사천왕상이 밋밋하면 시큰둥한 기분으로 경내를 돌아보고사천왕상이 멋지면 비로소 절다운 절에 왔다는 .. 2024. 9. 15.
홋카이도 숙소에서 본 데즈카 오사무 작품들 2019년 일본 홋카이도를 여행하며 한 숙소에 머물렀다.숙소 책꽂이엔 만화 왕국답게 만화책이 많이 꽂혀있었는데 대부분 데즈카 오사무작품이었다.숙소 주인이 데즈카 오사무 작품을 특별히 좋아하는 듯 했다.책꽂이에 꽂혀있는 블랙잭 같은 작품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작품 또한 많았다.몇권인지 셀 수가 없었다.한 개인이 이토록 많은 작업을 하다니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으로서 놀라울 뿐이었다.아니 몇 권의 책밖에 출간하지 못한 내 자신이 초라하기 이를데 없었다.데즈카 오사무는 만화의 신이라 불린다.현대 일본만화의 기틀을 마련한 이다.철완 아톰을 비롯해 정글대제, 붓다, 블랙잭, 아돌프 히틀러에게 고한다, 불새도로로 등 엄청난 분량의 작품을 발표했다.세대 차이일까?난 아쉽게도 데즈카의 작품.. 2024. 9. 8.
블라디보스톡 뱌틀린곶 2019년 2월 말 NGO 활동가인 윤형식 선생님 초대로 블라디보스톡여행을 하게 되었다.여행 안내서 한권과 줌인러시아란 책밖에 읽은 게 없는 나로선 블라디보스톡은참으로 낯선 도시였다.자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윤선생님의 친철한 안내로 편안하면서도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5박6일동안의 블라디보스톡 여행!무엇 하나 허투로 지나칠 게 없지만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곳을 꼽으라면루스키섬의 뱌틀린곶을 들겠다.블라디보스톡 남단에 위치한 루스키섬은 강화도 정도의 크기로 사람이거의 살지 않는다.오랫동안 군사시설로 묶여 출입이 제한됐기 때문이다.바틀란 곶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일단 차가 잡히지 않고 안내판도 없다.거기다 끝어없이 이어지는 눈길이라 자칫 길을 잃고 섬을 하염없이헤맬 수도 있다.얼마 전 윤선생님.. 2024. 8. 20.
비와호 라인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비와호에 간 적이 있다. 서울시 면적과 비슷한 바다처럼 넓은 호수다. 출발지는 교토역이다. 전철로 비와호라인을 따라 한시간 너머 달리면 아름다운 비와호 품에 안길 수 있다. 나는 오쓰역(大津)을 지나며 어딘지 낯이 익다 싶었다. 생각하니 해유록에 나와있는 역이었다. 해유록은 조선통신사 제술관인 신유한 선생이 쓴 일본 여행기다. 중국 여행기에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가 있다면 일본 여행기엔 청천 신유한이 쓴 해유록이 있다. 1719년 조선 통신사 행렬은 교토를 지나 에도로 향한다. 그 길목에 일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비화호가 있는 것이다. 오쓰에서 하룻밤 잔 통신사 일행은 구사쓰(草津)를 지난다. 400년 전 조선 통신사가 지나던 길을 지나다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와호 .. 2024. 4. 5.
니시노코 西湖 니시노코 西湖 일본에서 가장 큰호수인 비와호엔 두 개의 큰 기생 호수가 있다. 기생 호수라지만 그 또한 크기가 적지 않다. 한반도 이남으로 오면 이만한 자연 호수는 몇 개 되지 않는다. 경포호 송지호등 동해안에 있는 여느 석호만 하다. 서쪽 호수를 뜻하는 니시노코西湖는 이름과 달리 비와호 동쪽에 있다. 크기는 작지만 아름다움에선 비와호에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물이 깨끗하다. 자연성이 살아있다. 오염원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듯 하다. 호수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쓰레기가 없다. 쓰레기로 뒤덮혀있는 한국 호수와 많이 다르다.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쓰레기를 버리는 낚시꾼을 보면 천불이 난다. 그들과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이 부끄럽다. 니시노코 옆엔 오미하치만란 소도시가 있다. 한자로 쓰면 근강팔번 近江.. 2024. 4. 5.
비와(琵琶)호 비와(琵琶)호 일본 비와호를 모르는 한국 사람이 많다. 일본에서 가장 큰호수인데도 그렇다. 후지산은 알아도 비와호는 모른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중국 동정호와 파양호를 잘 알고 있었다. 두보의 등악양루를 비롯 수많은 시에 이들 호수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비와호를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조선통신사 신유한이 쓴 해유록을 읽어본 사람 말고는. 비파를 닮아 비와(비파)호라 불리는 이 호수는 엄청난 수량을 자랑한다. 농사를 짓는데 최상의 조건이다. 그리하여 비와호는 권력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격전장이 되었다. 일본 천년수도 교토가 비와호와 멀지않고 전국 통일을 목전에 둔 오다 노부나가의 영지가 이곳 안토에 있었다. 그만큼 비와호가 지닌 위상은 컸다. 비와호 일대를 이르는 이름은 근강近江이다. 일본식 발음.. 2024. 4. 5.
마트료시카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료시카. 인형 안에 인형이 있고 인형 안에 인형이 또 있다. 손으로 직접 만들려면 엄청난 공력이 들어갈텐데 가격은 단 400루블. 우리 돈으로 8000원 정도다. 작년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중국 도문의 기념품 가게에서 하나 살까했지만 그림이 조잡해 사지 않았었다. 그림이 조잡하기는 러시아에서도 마찬가지. 어찌 하나같이 울긋불긋 정신없이 색을 칠했는지 사고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얼굴 표정도 너무 헤벌쭉하다. 하여 최대한 색이 절제돼 있는 인형을 고른다. 하나에 8000원. 하나만 사기 미안하여 두 개를 샀다. 2020.3.6 2024. 4. 4.
교토 마루야마 공원 교토 마루야마 공원 어린 시절 밀폐된 공간을 좋아해 옷장 속에 들어가곤 했다. 옷장 뿐 아니라 책상 밑으로도 들어갔다. 구석진 곳에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 그렇게 편하고 좋았다. 아마도 원시시대 방어기제가 DNA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아닌가 싶다. 아무도 눈에 안 띄는 곳! 그 곳은 적들로부터 안전하니까. 지금도 밀폐된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종종 사방이 막혀있는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몇 년 전 일본 교토에 여행을 갔을 때다. 유명 관광지인 기온의 야사카신사八坂神社를 둘러 보고 발길 닿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안내판을 보니 마루야마(円山)공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숲 속 길. 그 안에 들어앉은 일본 전통가옥들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천년의 수도 교토'라는 수식어.. 2024.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