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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해외24

블라보스톡 여행 1 (푸니쿨라) 탈것은 사람을 매혹시킨다. 수레 자전거 모터사이클 자동차 기차 케이블카 열기구... 블라디보스톡 여행 닷새째 '푸니쿨라'라는 기차를 탔다. 금각만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독수리전망대에서 푸시킨극장으로 내려가는 길에서다. 운행구간 180미터. 10분(?) 간격으로 경사면을 오르내린다. 작동원리는 모르지만 두대의 기차가 선로 중간 쯤에서 교차하며 오르내리는게 참 신기하다. 한번은 윤선생님을 따라 엉겹결에 탔다가 혼자 시내를 돌아다닐 때 다시 탔다. 요금은 200루블. 우리돈으로 400원쯤 하는데 승무원이 중년여인이다. 한국손님을 많이 대해서인지 500루블을 내자 우리말로 백루블 이백루블 삼백루블 하며 거슬러 준다. 나름 어려움이 있겠지만 괜찮은 일자리라 생각되었다. 윤선생님 말에 따르면 러시아에 단 두대.. 2024. 3. 22.
용정 답사 용정 답사동료 작가가 체게바라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면서쿠바와 아르헨티나 답사를 하지 못한 것에 마음이 짠했다.아무리 작품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해도 시간과경비를 들여 그 곳을 다녀오는 것은 쉽지 않다.답사 비용이 원고료보다 더 클 수도 있다.만화가는 꿈을 먹고 사는 존재이지만 생활인이기도 하다.더구나 부양해야하는 가족이 있다면 쉽게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나는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곳은 사전 답사를 원칙으로 한다."목호의 난"에선 제주도, "진주성"에선 진주, "의병장희순"에선 춘천, 제천과 만주를 돌았다.하지만 "친정가는길"은 안타깝게도 작품의 무대가 되는황해도와 평안도를 가볼 수 없었다.비록 미완성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친정가는 길"을읽게된다면 눈씨울을 붉히며 이렇게 말할 것 같다."남조선 작가가 이런.. 2024. 2. 4.
몽 생 미셸 (Mont-Saint-Michel) 동생이 프랑스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중세 건축물들을 보고 많이 놀랐단다. 규모가 이정도일 줄 생각 못했단다. 그러면서 제국주의시대 식민지 백성이 프랑스 파리에 오면 도시의 화려함에 압도돼 제국주의 질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란다. 여간 의지가 강하지 않으면 정신줄을 놓고 스스로를 부정하게 된다는 것. 그럴 것도 같다. 고려말 원나라수도 연경에 다녀온 이들도 그렇고 명나라에 다녀온 조선 사신단도 그렇고 일제강점기 동경에 다녀온 유학생들도 정신줄을 놓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미국에 유학만 다녀오면 검은머리 미국인이 되어 돌아오고야 만다. 그런데 동생이 말하길 전근대시절의 건축물을 제외하면 한국이 낫다고 한다. 특히 질서의식이 그렇다고 했다. 일주일 출장으로 보면 얼마나 많이 봤을까 싶은데 어쨌거나 .. 2024. 1. 28.
여권 여권 기간이 만료되어 새로 여권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너무나 맘에 안든다. 정녕 내거 이렇게 못생겼단 말인가? 컨디션이 안좋았던 탓인지 눈동자가 참으로 부자연스럽다. 컨디션 좋을 때 다시 와 찍을까? 머리도 깎고. 10년 동안 외국에 나갈 때마다 가지고 다녀야 할 여권이다. 하지만 사진값이 아까웠다 그간 물가가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15000원 정도 하던게 2만2천원이다. 못생긴 얼굴 다시 찍는다고 얼마나 나아질까 싶기도 하여 바로 시청엘 갔다 . 텨권 수수료 5만6천원. 보름 뒤에 오면 여권을 찾을 수 있단다. 여권 신청자가 많아 시간이 많이 걸리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나라 여권 소지자는 전체 인구의 70%라고 한다. 이웃나라 일본의 여권 소지자는 30%라고 한다. 세계 제 3위의 경제 대국 일본.. 2024. 1. 14.
홋카이도 전통가옥 지난 여름 일본 홋카이도를 여행하다 눈길을 사로잡는 집들이 있었다. 전통가옥이다. 도시엔 없고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어쩌다 하나씩 눈에 띄였다. 하지만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집은 찾기 힘들었다. 아... 이거다. 지방도로를 달리다 마침내 원형그대로 남아 있는 집을 찾은 것이다. 가까이 다가가니 인기척이 없다. 사람이 살고있지않은 빈집이었다. 규모로 봐서 좀 살았던 집 같은데 왜 떠난 것일까? 지금이라도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안에선 밥짓는 냄새가 날 것만 같았다. 안을 들여다보고 싶다. 하지만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을 한바퀴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일본 본토와는 또 다른 느낌의 집. 이런 집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 홋카이도의 겨울추위 속에서 밥도 해먹고 난로불에 몸을 녹이며 만화책을 보고 싶다. 그래.. 2023. 12. 30.
홋카이도에서의 작업 홋카이도에서의 작업 몇년 전 홋카이도 여행 중 잠시 작업을 했었다. 오랜 시간은 아닌데 작업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알 수없는 묘한 긴장감에 몸이 떨렸다. 펜을 긋는 1분 1초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원고에 몰입하고 있는 나 자신이 멋져보였다. 자기혐오에 시달렸던 시간들이 있었는가 싶었다. 완전한 자아도취. 나는 스스로를 사랑했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것이었다. 찐내나는 다다미. 낡은 책상. 창밖으론 철공소에서 쇳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을 가려면 긴복도를 지나야하는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걱이는 소리가 났다. 생각같아선 한달 정도 머무르며 작업을 하고 싶었으나 일정이 빠듯했다. 돈도 떨어져가고 있었고.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재미. 그 재미를 다시 느껴보고 싶다. 2023. 12. 30.
홋카이도 여행 3 구시로 습원 구시로 습원 釧路濕原 1980년. 람사르 협약에 일본 제1호로 등재된 일본 최대 습원이다. 총면적이 축구장 3만개와 맞먹는 다고 한다. 여의도 면적이 축구장 면적의 406배란 걸 감안하면 얼마나 넓은지 알 수가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서울 면적의 세배다. 습지란 말은 많이 쓰는데 습원이란 말이 생소하여 구글로 검색을 해보았다. “습원(濕原, moor, bog)은 습기가 많은 초원이다.” 그랬다. 전망대로 가는 길은 습기가 많았다. 나무 그늘이 짙어 볕도 안 들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와 풀들을 살피며 천천히 걸었다. 히라가나로 고마레비廣場이란 팻말이 보였다. 고마는 곰이란 뜻인데 뒤는 모르겠다. 한 시간 정도 더 걸었나보다. ひだまり廣場이란 팻말이 보여 그대로 따라 걸었다. 볕이 드는 광장이란 뜻이.. 2023. 12. 30.
홋카이도 여행 2 불곰 타이어 회사에서 서비스로 자동차 점검을 해준다고 해 주차장으로 나왔다. 공기압을 체크하고 엔지오일을 점검한뒤 차안에 방향제를 뿌려준다. 타이어 회사 직원이 돌아가고 차안에 앉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잠을 덜 잔 것도 아닌데... 피로가 누적됐었나? 눈을 뜨니 운전석 앞에 매단 종이 보인다. 작년 홋카이도에 있는 시레토고산을 갔을 때 기념품 가게에서 산 거다. 산에 곰이 많아 산행할 때 필수적으로 차고 다닌단다. 곰이 종소리를 듣고 먼저 피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곰을 무서워하는 것 이상으로 곰은 사람을 무서워한다. 시레토고산 뿐 아니라 홋카이도의 산 곳곳엔 곰을 주의하란 주의판이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번도 곰과 마주친 적은 없다. 한국으로 돌아와 홋카이도 여행 기념으로 종을 운적석에 매달았다.. 2023. 12. 30.
홋카이도 여행 1 메르헨의 언덕 메르헨의 언덕 2019년 홋카이도 여행 중 마슈코란 호수에서 숙소인 아바라시로 가는 길. 동화처럼 아름다운 언덕이 눈에 들어왔다. 이른바 '메르헨의 언덕'이다. 메르헨이란 말이 궁금해 사전을 찾아보니 독일말로 공상적이고 신비로운 옛날 이야기라고 한다. 잘 알려진 장소인지 사람들이 차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마침 밀이 누렇게 익어가는 게절이라 언덕이 더욱 아름다웠다. 한국에도 이런 언덕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형상 있기가 힘들다. 홋카이도라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내 별명이 방안퉁수다. 밖에 잘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만 있어 붙은 별명이다. 돌아보면 방안퉁수인 내가 저런 곳까지 갔다는게 신기하기만 하다. 철학자 칸트는 일생 자기가 살던 도시를 떠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 면에선.. 2023.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