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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권샘30

권샘 이야기 >과 > 스토리를 쓴 권숯돌 작가님 이야기.(내게는 본명인 권유선이 훨씬 더 익숙하다.)권샘이 일본서 생활할 때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한페이지 8컷에 담아 그리곤 했다.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만화를 단 한번도 그려보지 않은 사람치고는 원고가 괜찮았다.데셍력이 한참 모자라고 펜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데 나는 이 점이 오히려 더 좋았다.기성에 물들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랄까.여느 작가들이 기존 그림을 따라그리며 성장하다보니 다 거기서 거긴데 권샘은 달랐다.어느 누구의 영향도 받지않은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다.내가 보기에 권샘이 꾸준히 원고에 만들어 일본 만화 잡지사에 투고를 하면 실릴 것도 같았다.페이지가 많으면 경천동지할만큼 재밌지 않고선 싣지를 않는다.하지만 몇페이지 정도는 부담이 없다.지면을 내.. 2024. 7. 16.
권샘 그리기 "의병장 희순"과 "1592 진주성" 스토리를 쓴 권숯돌 작가. (본명 권유선)어느덧 세상을 떠난지 100일이 되었다.49일도 아닌 100일.100일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그냥 후배의 권유에 따라 저녁 향을 피우며 술 한 잔 올릴 계획이다.술은 뭐가 좋을까?생전에 좋아하던 술을 올려야는데...그림은 권숯돌 작가와 닮지를 않았다.실물을 잘 못 그린다.캐리커처 역시...나는 만화화 된 그림만 그릴 줄 아는 만화가다. 2024.5.5 2024. 6. 5.
100일 (2) 박향미 작가님께서 배달의 민족을 통해 딸기쉐이크와 커피 그리고 빵들을 보내 주셨다.덕분에 상이 가득하다.빈 공간이 없다."권샘 맛있게 드세요.결국 내 뱃속에 들어가 당지수를 높이겠지만요."이렇게 상을 차리고 향을 피우다보니 기분이 묘하다.권샘이 홀연히 나타나 "정샘"하며 부를 것 같다.난 어릴 때부터 할머니 제사를 지냈고 삽십대 후반부터는 아버지 제사를 지냈다.모두 가족과 함께였다.할머니 또는 아버지가 나타나리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관례에 따라 제사를 지낼 뿐이었다.그런데 오늘은 느낌이 다르다.아마 나 혼자여서인지도 모른다.만약 권샘이 나타나면 무섭기보다는 무척 반가울 것 같다.그리고 술을 권할테다."권샘 >생각보다 안 팔리네요.자고 일어나면 뭔가 대단한일이 일어날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2024. 6. 5.
100일 (1) 100일권숯돌 작가 세상 떠난지 100일.향을 피우며 술 한 잔 올렸다.생전에 샘이 빚은 도예 작품과 샘이 쓰고 그린 책들과 함께.죽은 뒤의 세상이 있다고 믿지 않지만 오래된 관습은 그게 아니다.최소한의 의례를 해야 죽은 이가 위로를 받는다고 믿는다.또 만에 하나 영혼이란 것이 있다면 얼마나 서운해 할 것인가!하여 어지럽기 그지없던 방도 조금 치우고 옷도 정갈한 것으로 갈아 입었다.권샘은 딸기를 좋아했다.헌데 마트에 딸기가 없다.할 수없이 평소 비싸서 잘 사먹는지 않는 포도를 샀다.진열을 하니 권샘이 그린 포도 그림과 잘 어울린다.딸기잼은 권샘의 동갑내기 친구인 성현규 샘이 보내준 것이다.딸기 원액이 70% 유기농 설탕이 30%라니 안심하고 드시라.아마 100일이 다가온다고 연락했으면 딸기를 한 상자 보.. 2024. 6. 5.
권샘 책장 정리를 하다가 "세습사회"란 책을 발견하고 집어들었다.교사이신 심규한 선생의 사회 비평 에세이집이다.덕분에 어쩔 수없이 또 권샘 생각을 하게 되었다.왜냐면 책의 여는글을 권샘이 썼기 때문이다.심규한 선생이 권샘에게 서문을 부탁해 썼다고 한다.분량은 일곱 쪽.남의 책에 쓴 서문치고는 제법 길다.어쩌면 민폐가 아닐까 싶기도하다. .한데 읽다보면 절로 빠져든다.한 사람의 결이 온전히 느껴진다.자신의 지식을 뽐내지않고 조곤조곤 얘기하는 것이참 좋다.지성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다.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위대한 개츠비와 위기철 선생이 쓴 아홉살 인생의 앞부분 그리고김부식이 쓴 삼국사기의 온달전은 내가 특별히 좋아해 여러번 읽었다.마찬가지로 권샘이 쓴 "세습사회"의 여는글도 한 번을 더 읽었다.나는 언젠가 권샘에게.. 2024. 3. 29.
첫 협업 첫 협업2018년 일본에 살던 권샘이 내게 자신이 쓴 스토리라며 짧은 글을 보내왔다.냄새에 관한 내용이라는데 좀 밋밋했다.만화로 그릴 생각이 들지 않았다.그래서 답을 하는 것조차 잊고 말았다.그런데 보낸 사람 입장은 다르다.답을 기다리는데 꿩꿔먹은 소식이니 답답했을 것이다.어느날 권샘이 내게 서운한 소리를 하였다.나는 아차 싶었다.권샘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콘티를 짜보기로 하였다.콘티는 건축으로 보면 설계도면 같은 것이기에그닥 부담스럽지 않았다.이틀이나 삼일 혹 나흘 정도 시간을 내면 되는 일이었다.나는 권샘이 쓴 스토리를 보며 콘티를 짜기 시작했다.다만 나혼자 보는 것이 아니기에 콘티를 좀 더 꼼꼼이 짰다.거의 데셍에 준할 정도였다.당시는 권숯돌이란 필명이 나오기 전이었다.유돌이가 좋다며 그걸 필명으로.. 2024. 3. 29.
방송서 권숯돌 작가를 추모하는 나에 대해 말함 https://www.youtube.com/watch?v=_4HBxQWTYiQ    2024년 2월 25일인문 시사 유튜브 방송 사람 ing 에서권숯돌 작가를 추모하는 나에 대해 말함. 방송 시작 1분부터 약 3분 사이. 2024. 3. 1.
권샘 꿈을 꾸었다 권샘이 세상을 떠난뒤 처음으로 권샘 꿈을 꾸었다.권샘은 하늘하늘한 흰옷을 입고 있었고늘 그러하듯 챙이 있는 모자로 햇볕을 가렸다.권샘은 뜻하지 않게도 매출액 700억 규모의 회사에서 중간 간부로일을 한다고 하였다.회사가 하는 일은 좀 생소하다.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어떤 정보를 제공하여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또 마침 승진을 하여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있구나 싶었다.권샘과 나는 월간지 형태의 어느 잡지에 실린 한 화가의 그림을보았다.사실과 비구상 사이의 그림으로 잡지 거의 모든 면을 화가의그림으로 채우고 있었다.나는 화가와도 인사를 나누었다.중년의 남자로 양복을 입었으며 난 화가에게 어떤 물감을 쓰는지물었다.화가는 친절하게도 물감을 짜보이며 자신이 쓰고 있는 주조색에대해 설명을 했다.그 사이 권샘은 약국에.. 2024. 3. 1.
권숯돌 작가를 떠나보내고 옴 벗들과 함께 권숯돌 작가를 떠나보내고 왔다.유해가 묻힌 곳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그의 부재를 실감한다.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는 권숯돌.본명은 권유선 아명은 권내영이었다.사촌 동생인 권기현 선생에게 들으니 숯돌이란 필명은 자신의 삶을맹렬히 불태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다.어린 시절 이마가 까매서 어른들이 그리 불렀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이런 뜻이 있었는 줄은 몰랐다.오랜 잠에서 깨어나 날아오르려는 순간이었다.이제 비로소 자신의 삶을 본격적으로 불태울 기세였다.하지만 불은 이내 사그라들며 꺼지고 말았다.안타깝고 또 안타깝다.급작스란 죽음 앞에 그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은 황망하기 그지없다.야속하지만 산사람은 산사람이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기에 떠나보내야 한다.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2024.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