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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첫 협업

by 만선생~ 2024. 3. 29.

첫 협업
2018년 일본에 살던 권샘이 내게 자신이 쓴 스토리라며 짧은 글을 보내왔다.
냄새에 관한 내용이라는데 좀 밋밋했다.
만화로 그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답을 하는 것조차 잊고 말았다.
그런데 보낸 사람 입장은 다르다.
답을 기다리는데 꿩꿔먹은 소식이니 답답했을 것이다.
어느날 권샘이 내게 서운한 소리를 하였다.
나는 아차 싶었다.
권샘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콘티를 짜보기로 하였다.
콘티는 건축으로 보면 설계도면 같은 것이기에
그닥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틀이나 삼일 혹 나흘 정도 시간을 내면 되는 일이었다.
나는 권샘이 쓴 스토리를 보며 콘티를 짜기 시작했다.
다만 나혼자 보는 것이 아니기에 콘티를 좀 더 꼼꼼이 짰다.
거의 데셍에 준할 정도였다.
당시는 권숯돌이란 필명이 나오기 전이었다.
유돌이가 좋다며 그걸 필명으로 쓰겠단다.
나는 권샘의 아명인 권내영이 좋아보여 유돌이 옆에 가로 열고 (권내영)이라 썼다.
콘티를 보고난 권샘은 별 말이 없었다.
본인이 생각해도 재밌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보다.
그렇게 콘티는 조용히 책상 서랍 속에
들어가 조용히 잠들게 되었다.
이 것이 권샘과의 첫 협업이었다.
☆ 지금은 세상에 없는 권샘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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