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날적이

100일 (1)

by 만선생~ 2024. 6. 5.

100일
권숯돌 작가 세상 떠난지 100일.
향을 피우며 술 한 잔 올렸다.
생전에 샘이 빚은 도예 작품과 샘이 쓰고 그린 책들과 함께.
죽은 뒤의 세상이 있다고 믿지 않지만 오래된 관습은 그게 아니다.
최소한의 의례를 해야 죽은 이가 위로를 받는다고 믿는다.
또 만에 하나 영혼이란 것이 있다면 얼마나 서운해 할 것인가!
하여 어지럽기 그지없던 방도 조금 치우고 옷도 정갈한 것으로 갈아 입었다.
권샘은 딸기를 좋아했다.
헌데 마트에 딸기가 없다.
할 수없이 평소 비싸서 잘 사먹는지 않는 포도를 샀다.
진열을 하니 권샘이 그린 포도 그림과 잘 어울린다.
딸기잼은 권샘의 동갑내기 친구인 성현규 샘이 보내준 것이다.
딸기 원액이 70% 유기농 설탕이 30%라니 안심하고 드시라.
아마 100일이 다가온다고 연락했으면 딸기를 한 상자 보내주지 않았을까 싶다.
죽은 이를 위로할 때 가장 중요한 음식은 술이다.
강진에서 또 서울에서 권샘과 소주를 비뚤어지게 마신 적이 있다.
어떻게 택시를 타고 돌아갔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외에도 만날 때마다 소주와 맥주를 한 잔 씩 마셨다.
하지만 오늘은 날도 날이어서 그보다 격이 조금 높은 술을 마련했다.
부디 흠향하시라.
향은 자정까지 피울 것이다.
비가 내린 탓으로 성냥이 잘 그어지지 않았다.
편의점에 라이타를 사러갈까 하다 한 번 더 그으니 불이 붙었다.
그러고보니 12시까지 향을 계속 피우자니 향이
모자란다.
뜨문 뜨문 향을 피울 생각이다.
향내음이 좋다.
 
 
2024.5.5 

'날적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샘 그리기  (0) 2024.06.05
100일 (2)  (0) 2024.06.05
기억  (1) 2024.06.05
22대 총선 결과  (0) 2024.04.11
짜장면 집  (0) 2024.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