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향미 작가님께서 배달의 민족을 통해 딸기쉐이크와 커피 그리고 빵들을 보내 주셨다.
덕분에 상이 가득하다.
빈 공간이 없다.
"권샘 맛있게 드세요.
결국 내 뱃속에 들어가 당지수를 높이겠지만요."
이렇게 상을 차리고 향을 피우다보니 기분이 묘하다.
권샘이 홀연히 나타나 "정샘"하며 부를 것 같다.
난 어릴 때부터 할머니 제사를 지냈고 삽십대 후반부터는 아버지 제사를 지냈다.
모두 가족과 함께였다.
할머니 또는 아버지가 나타나리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관례에 따라 제사를 지낼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느낌이 다르다.
아마 나 혼자여서인지도 모른다.
만약 권샘이 나타나면 무섭기보다는 무척 반가울 것 같다.
그리고 술을 권할테다.
"권샘 <<진주성 >>생각보다 안 팔리네요.
자고 일어나면 뭔가 대단한일이 일어날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정샘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될 일은 언젠가 되게 돼있어요.
그리고 책을 낸게 어디예요?
세상엔 책 한 권 내보지 못하고 사라져간 작가가 얼마나 많은데...
묵묵히 하다보면 때가 오니 낙심하지 말고 계속 정진해요.
정샘이 몰라서 그렇지 정샘을 응원하는 팬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아...네..."
이런 대화를 나누다보니 향 하나가 다 타서 재만 남았다.
다시 성냥을 긋고 향을 피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