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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권샘

권샘 이야기

by 만선생~ 2024. 7. 16.

 
 
<<의병장 희순>>과 <<1592진주성>> 스토리를 쓴 권숯돌 작가님 이야기.
(내게는 본명인 권유선이 훨씬 더 익숙하다.)
권샘이 일본서 생활할 때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한페이지 8컷에 담아 그리곤 했다.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만화를 단 한번도 그려보지 않은 사람치고는 원고가 괜찮았다.
데셍력이 한참 모자라고 펜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데 나는 이 점이 오히려 더 좋았다.
기성에 물들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랄까.
여느 작가들이 기존 그림을 따라그리며 성장하다보니 다 거기서 거긴데 권샘은 달랐다.
어느 누구의 영향도 받지않은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다.
내가 보기에 권샘이 꾸준히 원고에 만들어 일본 만화 잡지사에 투고를 하면 실릴 것도 같았다.
페이지가 많으면 경천동지할만큼 재밌지 않고선 싣지를 않는다.
하지만 몇페이지 정도는 부담이 없다.
지면을 내줄 것 같다.
그렇게 연재를 하며 분량이 쌓이면 단행본으로 출간이 되고 또 한국어로 번역돼 나오고.
그럼 모국인 한국에서도 관심을 갖고 각종 매체에서 요청을 해올 것이다.
동료작가로서 나는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권샘의 작업을 독려했다.
하지만 권샘은 스케일이 큰 분이었다.
자잘한 가족 이야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도 소원하였다.
냉기가 흘렀다.
작업 동력이 완전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권샘의 작업은 몇회를 넘기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권샘의 가장 큰 애독자는 딸인 주나였다.
권샘 말로는 주나가 슬그머니 엄마에게 다가와 책상을 살피더란 것이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던 것이다.
나는 그 장면이 재밌어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스캔도 뜨지않고 카메라로 찍어 권샘에게 보내주었다.
오늘 다른 무언가를 찾으려 파일을 뒤지다보니 사라진 줄만 알았던 이 그림이
나오는 거다.
세상을 떠난 이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 한 컷.
내가 그렸지만 귀하단 생각이 든다.

202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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