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에 있는 권숯돌 작가 집에 잠시 머무르며 함께 전주에 있는
후배 황경택 작가집을 찾아갔다.
황경택 작가가 권숯돌 작가를 보며 깜짝 놀랐다.
남자 작가인 줄 알았더니 여자였던 것이다.
내가 권숯돌 작가와 함께 가겠다는 말 외엔 어떤 정보도 말하지 않는 탓이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금세 이야기 꽃을 피웠다.
어제 박재동 갤러리에서 <박재동. 이희재 의병전> 전시 오픈을 하였다.
만화가 김광성 선생님이 오셔 술자리를 함께
했는데 선생님이 권숯돌이 누구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두 번 놀랐다.
여자 작가라서 놀라고 또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에 놀라셨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남자 작가로 생각을 한다.
권샘이 필명을 어릴 때 별명인 숯돌로 하겠다고 해서 별로라 생각했다.
본명인 권유선 아니면 아명인 권내영이 좋았다.
유서깊은 양반집 딸 같은 권내영이 나는 맘에 들었다.
앞으로 내 작품에 꼭 한 번 등장시키고 싶은 이름이다.
작가의 이름은 한 번 듣고 잊어버리지 않는게 중요하다.
뇌리에 꽂히는 이름.
뜻이 아무리 좋아도 흔한 이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정용연 같이 발음이 어려운 이름도 별로다.
그런면에서 권숯돌은 아주 좋은 이름이다
거기다 순 우리말 이름이라 더 좋다.
권샘은 <<의병장 희순>>과 <<진주성>> 스토리를 썼다.
권샘은 장흥에서 한국 전쟁 당시 민간인들의 희생을 조사해 책으로 펴낸 바 있다.
나는 권샘과 이 이야기를 함께 만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림체도 그렇고 일단 내 정서에 맞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권샘은 지난 1월 26일 불시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게 장흥 이야기는 영영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