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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권샘

권샘 꿈을 꾸다

by 만선생~ 2024. 8. 17.
 
 
 
《의병장 희순》과 《진주성》 작업을 함께 했던 권숯돌 작가 꿈을 꾸었다.(이하 권샘)
지금까지 꾼 권샘 꿈 가운데 가장 생생한 꿈이다.
꿈에서 나는 놀랍게도 권샘이 살아있단 소식을 들었다.
또 믿기지 않게도 권샘이 곧 우리집에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물건들을 치우기 시작 했다.
손님을 맞기엔 집이 너무나 지저분해서다.
그러나 미처 물건을 다 정리하기 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권샘이 서 있었고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뜨겁게 껴안았다.
죽은 줄로 알았던 사람이 돌아온 내 인생에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
그 뒤로 나는 권샘을 만난 기쁨에 취해 무엇인가를 했다.
평소엔 상상도 할 수없는 스케일이 큰 일들이었다.
모든 것이 잘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나는 내가 꿈을 꾸고 있단 사실을 알았다.
루시드 드림이다.
깨기 싫은 꿈.
나는 계속 꿈 속에 있길 바랬지만 어느새 눈이 떠지고 말았다.
시계를 바라보니 시계바늘이 일곱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허망하게도 권샘을 만나 했던 일들은 까마득히 잊혀지고 말았다.
앞서 권샘을 만나 무엇인가를 했다고 표현한 것은
이 때문이다.
헤아려보니 권샘이 세상을 떠난지 반년이 넘었다.
그동안 난 무엇을 했던가?
한 일이 별로 없다.
손에서 모래알이 빠져나가듯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지금은 진작 했어야할 일을 마감에 쫓겨 허덕이고 있다.
혼자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후배에게 SOS를 청해 함께 일한다.
사진은 작업 중인 《백정 동록개》.
백정에겐 갖은 차별이 존재했다.
여인은 쪽을 질 수없어 트레머리( 얹은 머리)를
하였고 남자는 행전을 찰 수가 없다.
갓을 써서도 안되었다.
어린아이들도 백정에겐 하대를 하였다.
스토리를 쓰다보면 놀라곤 한다.
경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거다.
주위엔 언제나 몸이 불편했던 친구가 있었고
죽순은 죽순을 캔 기억을 되살려 그리는 거다.
꼬마 도령이 백정에게 돌을 던지는 장면은 어릴 때 누군가 내게 돌을 던진 기억을 떠올리며
그렸다.
운우지정을 나누는 장면은...
음...
여기까지다.
 
202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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