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권숯돌 작가를 떠나보내고 옴

by 만선생~ 2024. 3. 1.
 
벗들과 함께 권숯돌 작가를 떠나보내고 왔다.
유해가 묻힌 곳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그의 부재를 실감한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는 권숯돌.
본명은 권유선 아명은 권내영이었다.
사촌 동생인 권기현 선생에게 들으니 숯돌이란 필명은 자신의 삶을
맹렬히 불태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다.
어린 시절 이마가 까매서 어른들이 그리 불렀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런 뜻이 있었는 줄은 몰랐다.
오랜 잠에서 깨어나 날아오르려는 순간이었다.
이제 비로소 자신의 삶을 본격적으로 불태울 기세였다.
하지만 불은 이내 사그라들며 꺼지고 말았다.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급작스란 죽음 앞에 그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은 황망하기 그지없다.
야속하지만 산사람은 산사람이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기에 떠나보내야 한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그리고 남아있는 이들은 숯돌작가의 몫까지 삶을 활활 불태워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아주 맹렬한 기세로.
그리하여 타오르던 그 불꽃이 꺼진 어느날 숯돌 작가와 다시 만나리라.
아마도 숯돌 작가의 첫 인삿말은 이럴 것 같다.
 
"정샘 오지 말랬더니 기어이 오시고 말았네요. "

 

2024.3.10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순  (1) 2024.03.22
모순  (0) 2024.03.21
권숯돌 작가를 떠나 보내며  (0) 2024.03.01
권숯돌 작가의 선물  (1) 2024.03.01
권숯돌 작가가 보내준  (0) 202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