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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권숯돌 작가의 선물

by 만선생~ 2024. 3. 1.
 
어린시절 아버지는 어디선가 고양이 한마리를 가져오셨다.
줄무늬 고양이였다.
나는 고양이를 매우 사랑하여 녀석을 늘 품에 안고 자곤 하였다.
고양이의 따뜻한 체온은 물론 심장에서 나는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르렁대는 그 소리.
1979년 12월 22일.
아버지는 거뭉이와 함께 고양이를 이웃 마을에 팔았다.
그리고 그 날 우리 가족은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 서울행 완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선 서울행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곳은 청량리 산동네였다.
나와 동생은 유리창에 성애가 가득 낀 단칸방에서 거뭉이와 고양이를
생각하며 울었다.
2018년. 나는 일본에서 살던 권숯돌 작가로부터
몇 개의 도예 작품을 선물로 받았다.
도자기 공방에 다니며 본인이 직접 구워 만든 것이라했다.
그림도 본인이 직접 그렸단다.
작품을 보는 순간 이 걸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황홀했다.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작품이었다.
특히 고양이 그림은 어린시절 내 품속에서 잠들곤 하던 고양이를
생각나게 하였다.
너무나 사랑스런 작품이다.
작가 사인이 없다는게 조금 아쉽다.
배우는 과정에서 '내 작품이오' 하며 사인을 한다는게 민망할 수도
있겠구나 싶긴 하다.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 것들이 유작이 될 줄.
작품을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그리고 귀한 작품을 선물로 준 권숯돌 작가가 눈물나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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