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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책, 출판

책은 작가와 편집자가 함께 만들어나간다.

by 만선생~ 2024. 9. 4.
 
 
 
책은 작가와 편집자가 함께 만들어나간다.
어떤 편집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는 작가의 말도 안되는 글을 편집자가 다 뜯어고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가 출판계에 암암리에 전설처럼 떠돈다.
물론 그 영광은 모두 작가가 가져간다.
편집자는 책 정보란에 작은 글씨로 이름 석자를 올릴 뿐이다.
나는 편집을 출판사 내부에서 다 하는 줄 알고 있었다.
한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종종 외부 편집자에게 외주를 주는 것이었다.
출판사 편집부의 가장 큰 임무는 기획이다.
어떤 책을 출간할 것인가?
아무리 책의 시대가 끝났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책은 지식을 유통시키는데 알파요 오메가다.
이만한 조건을 갖춘 매체가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인류가 과학기술문명은 물론 고도의 문화를 향유하게 된 것은 책으로 인한 지식의
축적과 유통에 따른 것이었다.
설령 대중이 책을 보지 않더라도 대중을 이끌어가는 것은 소수의 지식인들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갖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명예로운 일이다.
설령 경제적 이득을 얻지 못한다해도 책을 쓴 저자라는 사실 하나로 인정을 받는다.
왜냐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간혹 개나 소나 책을 낸다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있는데 십중 팔구 책을 내보지 않은 이들이다.
자가 출판이 아닌 상업적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책이라면 인정을 해줄만 하다.
그 것이 아무리 허접한 책일지라도.
나 역시 책을 내는 게 소원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갖고 있는 콘텐츠가 아무 것도 없었다.
애써 그린 원고를 잡지사에 또는 출판사에 보여주어도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그렇게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갖는 것은 영영 꿈으로만 남을 일이었다.
그러던 차에 기회가 왔다.
월간 소직지에 그린 우리 가족 이야기다.
나는 책을 내겠다는 실날같은 희망을 갖고 에피소드 한 편 한 편을 그려나갔다.
그렇게 첫 원고를 그린지 7년만에 도서출판 휴머니스트에서 책을 냈다.
<<정가네소사>> 1,2,3권이다.
나는 마지막 원고를 그리며 기원했다.
세상이 망하더라도 책을 낸 뒤에 망하게 해주소서!
그만큼 책에 대한 열망은 간절했다.
정가네소사는 나 혼자 만든게 아니었다.
출판사에선 외부 편집자에 일을 맡겼다.
국어에 대한 책을 몇 권 출간한 고흥준이란 이다.
나와 동갑내기인 흥준은 꼼꼼하기 이를데 없었다.
지구 끝까지 쫓아가 고증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확인하였다.
별 생각없이 그린 욱일기의 햇살이 열 여섯개라며 수정을 요구했다.
인공기를 그렸는데 별이 가운데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확인을 해보니 별이 왼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었다.
나는 바로 수정했다.
김재규가 박정희를 쏜 권총도 고증을 하여 다시 그렸다.
이발소에 걸린 달력도 문제였다.
흥준은 내게 저 것이 몇 년도냐고 물었다.
대충 달력이라고 그렸던 나는 그 해 달력을 찾아가며 다시 그렸다.
거울에 비친 달력의 모습도 그에 맞게 그렸다.
덕분에 책은 역사성을 획득하였다.
<<의병장 희순>>도 휴머니스트에서 출간하였다.
휴머니스트에선 한문을 전공한 편집자가 있어 맞지 않는 문장을 수정해주었다.
깃발에 그린 한자의 획수와 삐침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주었다.
국회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 격문의 문장을 확인하였다.
그렇게 애써준 덕으로 책은 더 단단해졌다.
<<1592진주성>>은 표지시안을 9차까지 보내와 계속 수정을 하였다.
하지만 세상 모든 책들이 이렇게 꼼꼼하게 체크를 하는 게 아니다.
비문도 넘쳐나고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것들도 많다.
5~60년대 출간 했을 것 같은 표지 디자인들도 있다.
작가와 편집자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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