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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책, 출판

한자 이름을 쓰지 못하는

by 만선생~ 2024. 9. 12.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는 청년이 상사와 함께 어떤 일로 우리 집에 왔다.
키가 훤칠하고 인물도 그만하면 어디가서 꿇릴 것 같지는 않았다.
일이 일이니만치 말씨도 교양이 있었다.
거기다 이름까지 멋졌다.
무슨 한자를 쓰는지 궁금해 메모지에 이름을 한 번 써보라 했다.
청년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무슨 자에 무슨 자라며 얼버부리면서 쓴다.
글자 모양은 확실하지 않지만 무슨 글자인지는 얼추 알겠다.
그런데 좀 놀랐다.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쓸 줄 모르다니.
옆에 있던 상사가 말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한자를 배우지않아 쓸 줄을 모른단다.
청년에게 한자를 배운적 있냐고 묻자 초등학교 때 좀 배웠단다.
아마 과외로 좀 배웠나보다.
나보다 아랫세대는 학교에서 한자를 배우지 않아 한자를 읽을 수가 없다.
고택, 절, 향교, 서원에 있는 현판글씨는 아마 외계어 같을 거다.
90년대 이전 발행한 신문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우리 역사가 시작된 이래 써왔던 문자인데 한자를
배우지 않음으로서 힌국어 해독력이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다.
한문을 배우지 않아 소수의 전공자만 한문을 읽고 쓸 수 있는 것처럼.
대신 영어는 줄줄 읽고 쓸 거다.
세상은 힘을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지난 2천년 동아시아의 중심은 중국이었고 그들의 문자는 동아시아를 지배했다.
한자를 모르고선 출세도 불가능했고 교양인으로 살 수도 없었다.
20세기와 21세기는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장악했다.
중국의 주변국가였던 한국과 일본이 향하는 곳은 이제 미국이다.
영어가 중심언어로 생활 곳곳을 파고든다.
국민을 대의하는 국회에선 '필리버스터'란 말을 공공연하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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