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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책, 출판

작가의 사인이 들어간 책

by 만선생~ 2024. 8. 28.

어느 작가가 헌책방에서 자기 사인이 들어간 책을 봤단다.
모르긴해도 사인본 책을 건넬 땐 소중히 간직하리란
믿음이 있어서일 것이다.
헌책방에 나돌아 다닐 줄 알았으면 책을 건네지 않았을테다.

나는 이 이야기가 남의 일인줄만 알았다.
어제 화가 손상민과 만화 스토리 작가인 유대영 작업실에서 담소를 나누며 놀았다.
대영은 출간한 내 작품을 모두 가지고 있는 고마운 이다.
내 책뿐 아니라 많은 책을 산다.
독자이면서 작가들 인세 수입을 올려주는 후원자인 셈이다.
그런 대영이 대화도중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한다.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걸까?
대영은 이 것을 보여줘야하는지 보여주지 않아야
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며 책장에서 정가네소사 1권을 꺼내 탁자에 놓았다.
놀랍게도 책 내지엔 ***님께 드린다는 내 사인이 있었다.
직접 건네진 않고 우편으로 보낸 책이다.
대영은 알라딘중고매장에서 우연히 이 사인을 보고 책을 샀다고 한다.
어떤 책이길래 싸인 본 책이 밖으로 나돌까 궁금했단다.
'사랑하고 존경하는'으로 시작되는 짧은 문구.
나는 담담했다.
애써 담담한 척 한게 아니고 진짜 담담했다.
그 분을 너무나 잘알고 있어서다.
그 분이 직접 책을 매장에 내놓았을 리는 없고 찾아온 누군가에 책을 줬나보다.
그 누군가는 또 누군가에게 책을 주고 그러면서
어찌어찌 중고서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유쾌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쾌하지도 않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게 신기할 뿐...

그럴리 없겠지만 그래도 만약 내가 위대한 작가로 역사에 남는다면 대영이
간직한 정가네소사는 지금의 에피소드가 얹혀져 비싼 가격에 거래되지
않을까?
상상은 자유니 멋대로 상상해본다.
그러고보니 이런 것도 그렸었네.

202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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