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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작업/정가네소사

우리 어머니

by 만선생~ 2025. 9. 14.

 
우리 어머니 최종 학력은 초등(국민)학교 5학년이다.
일생 먹고 사는게 바빠 따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생활 전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티브이 연속극 보는 것을 삶의 낙으로 삼으신다.
글은 전혀 쓰질 않으신다.
어쩌다 글을 쓸려치면 글자가 한없이 위로 올라간다.
행을 맞추지 못하는 거다.
글을 써보지 않은 저학력자들의 특징이다.
십여년 전
작은형 식구들과 캄보디아를 다녀왔으면서도 다녀온 나라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하던 어머니.
"캄... 뭐라고 하던데..."
큰아들 내외가 유럽여행을 갔다고 해서 내가 나라 이름을 물으니 하나도 대답을 못하신다.
어디라더라. 어디라더라만 연속해 말씀 하신다.
이런 어머니를 볼 때마다 답답했다.
중등교육을 받지 못한게 안타까웠다.
중등교육만 받았어도 유럽에 어떤 나라들이 있는지
대강은 알 것 아닌가!
이런 어머니지만 나를 놀라게 한 적이 몇 번 있다.
어느날 내가 놓고간 막심고리끼 소설 <어머니>를 읽으며 재밌다고 말씀하시는 거다.
그러면서 여기 어머니가 아들을 따라 혁명에 나서는 거냐고 물으신다.
어머니 입에서 혁명이란 말이 나오다니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러고보니 빨치산 출신이 쓴 <빨치산>이란 책도
재밌게 읽으셨다.
또 한번 놀란 것은 이라크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커리지 언더 파이어>를 며느리와 함께 청량리
오스카 극장에서 보고온 뒤 한 말이다.
"남자 주인공 잘생겼더라."
흑인 배우인 덴젤 워싱턴을 두고 한 말이다.
나 역시 덴젤워싱턴을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잘생긴 외모에 대해 가지는 호감은
인종을 뛰어넘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구나 싶었다.
또 한번 놀란 것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란 영화를 보고 나서다.
여자는 정조가 젤 중하다고 말씀하시던 어머니였는데 뜻밖에도 불륜을 소재로 한
영화가 재밌다니.
정말 뜻밖이었다.
역시 잘만든 영화는 전통적인 윤리관을 가진 어머니마저 감동시키는구나 싶었다.
또 하나는 <안중근, 이토를 쏘다>란 북한 영화를 티브에서 보시고 볼만하다고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남북간 문화적 괴리가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하셨던 말씀이라 반가웠다.
남북간 동질성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어머니 나이 한국나이로 여든 아홉.
몸이 많이 불편하다.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고선 거동이 불편하다.
말도 어눌해지셨다.
그런데 총기는 그대로다.
동생 말로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누구보다 잘안다고 하셨다.
올 5월 대통령 선거 전에는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 이재명이 돼야 그나마 용연이 먹고살 길이 열릴 판인디..."
이재명이 당선된다고 해서 당장 삶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당선된지 100일이 지난 지금도 내 삶엔 변화가 없다.
여전히 마음대로 과일을 사먹지 못하고 조마조마 한 마음으로 차를 몬다.
언제 기름을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 삶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오늘보다 못한 삶을 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윤석열과 그를 추종하는 국힘이 정권을 잡는 한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받아 수명이 최소 몇년은 단축될테다.
아... 내 어머니는 내 만화 < 정가네소사>(전 3권)의 주인공이시기도 하다.
202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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