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생활

교회 종소리

by 만선생~ 2025. 10. 5.
어린 날 일요일 아침이면 교회 종소리가 들려왔다.
건너마을 임상리 교회에서 치는 종소리다.
종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른함에 땅속으로 꺼져갈 것만 같았다.
어제와 똑 같은 하루.
날마다 새로운 일이 벌어지길 바랬지만 언제나 똑같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들려오는 종소리는 내게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후 나는 교회를 싫어하게 되었다.
당연 신이란 것도 믿을 수 없었다.
서울살이 두해째인 1981년.
7개월 동안 서울신문을 돌렸다.
학교가 파한 뒤 수금을 다니다 거리에서 중앙일보를 돌리는 한 남자아이를 만났다.
나와 같은 중학교 1학년이었다.
녀석은 나를 만날 때마다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 나오라고 했다.
녀석의 청을 거절하기 어려워 일요일 아침 녀석이 다니는 교회에 갔다.
청량리 산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였다.
예배당에서 목사가 설교를 했다.
신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그리고 왜 우리가 신을 경배해야는지 열올리며 이야기 했다.
목사 바로 맞은편에 앉아있던 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목사는 날 잠시 바라보다 전지전능한 신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나며 신의 존재를 내게
강력히 설파했다.
나는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신의 존재를 믿어서가 아니라 목사의 권위에 눌려 기도를 하고 난생 처음 아멘이란 말까지
소리내어 발음했다.
예배가 끝나고 동갑짜리 아이와 교회를 나오는데
나른함에 몸이 곧 꺼져버릴 것만 같았다.
역시 새로운 일은 생기지 않는구나.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일상.
아...그렇지 난생처음 교회에 와 목사 설교를 들었지.
이후 난 교회 종소리를 더욱 싫어하게 되었다.
가수 김범룡이 '저 멀리서 들려오는 교회 종소리~'
하고 노래할 땐 기분이 참 묘했다.
살면서 교회에 다닐 것 같단 말을 몇차례 들었다.
인상이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나른한 삶을 살고 있단 뜻인가?
집밖을 나설 때마다 보이는 수많은 십자가.
십자가를 바라볼 때마다 어릴 때 교회종소리를 듣던 것처럼 나른하다.
 
2015.9.28

'에세이 >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대 단절  (3) 2025.10.15
게으른 사람들은 정신이 해이 해 그런 것이 아니다  (1) 2025.10.06
뚱단지 같은 소리 하지마  (0) 2025.10.05
약장사- 과거 회귀형 인간  (1) 2025.09.13
대학사회의 일면.  (3) 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