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이야기를 들을 때 전체맥락을 파악하기보다
한 단어에 집중해 엉뚱한 생각을 하곤했다.
A를 A라고 하며 B를 생각하고 C를 C라고 하면 곁가지로 빠져 D를 생각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틀린 답을 하고 친구가 고민을 이야기 하면 전혀 다른 해법을
내놓아 타박을 듣기도 하였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위를 가져오라고 하면 전혀 다른 식으로 이해해 실을 가져왔다.
어머니가 친척 아무개의 신의 없음을 말하면 나는 방정맞은 친척의 태도에 대해 말했다.
" 넌 왜 뚱단지같은 소리만 하냐?"
어머니는 말귀가 어두운 나를 언제나 뚱단지를 들어 나무라셨고 그 때마다 나는 억울했다.
그게 왜 뚱단지같은 소리냐고 항변하고 싶었다.
분한감정을 삭이지 못한 나는 어느새 만화가게로 향했다.
그리고 만화가게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고 돌아온 난 어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었다.
나의 뚱단지같은 소리는 계속 이어졌지만 세월이 흐르며 횟수가 줄었고 지금은 아무도 나를 향해
뚱단지란 말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자라면서 수없이 들었던 말 뚱단지.
뚱단지가 풀이름이란 것을 처음 안 것은 삼십대 중반으로 자연생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다.
여름이 끝날 무렵 들녁 한자리에 핀 아름다운 꽃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루는 뿌리를 캐서 먹었는데 맛이 감자 비슷했다.
뚱단지와 함께 돼지감자라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돼지감자란 이름엔 시적 은유가 없다.
있는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
그에 비해 뚱단지엔 이야기가 있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가을이 가기 전 뚱단지나 한 번 더봤음 좋겠다.
2017.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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