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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생활

866 정예가, 맹호들은 간다

by 만선생~ 2025. 8. 26.

 
명중의 신념 속에 우리들은 조준한다~
호령하는 분대장과 강철같은 좌우사수~
늠름하다 그 이름 866의 정예들아~
예광탄속 거진 하늘 슬리브가 벌집된다~
자동화기 높은 위력 866이 보여주자~
차돌같이 강한 단결 866이 보여주자~
군복무 30개월.
자대 배치 후 28개월 보름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불렀던 노래다.
어찌나 불렀던지 제대한지 26년이 지난 지금도 부지불식간 흥얼거린다.
죽는 날까지 잊히지 않는 노래일 것이다.
누구는 군을 제대하면 부대를 향해 오줌도 누지 않는다고 했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군을 제대하고 한동안은 군대 고참들을 만났고 선임하사에게 전화도 드렸다.
자전거 열쇠 비밀번호도 군부대 명칭인 8273을 쓰고 있다.
특히 군가는 민중가요와 함께 즐겨 부르는 레파토리였다.
민중가요를 부르면 혁명전선 대열에 서 있어야 할 것 같았고 군가를 부르면 포연이
자욱한 전장 한 가운데 뛰어들어야 할 것만 같았다.
노래를 만든 의도와 주체가 전혀 다르지만 비장함은 같았다.
호령하는 분대장과 강철같은 좌우사수~
M45D 대공포는 네 사람이 한 개 조다.
탄알을 장전하는 사수가 둘이고 조종석에 들어가는 사수가
하나 이를 지휘하는 분대장이 하나다.
북에서 남하하는 비행기를 저격해 주요시설을 보호하는 것이 목표다.
본부엔 4문 화천댐엔 2문 춘천시내의 캠프페이지엔 8문 춘천댐엔 2문 12보급대엔
4문을 합해 총 24문의 포가 배치돼 부대원들이 파견됐다.
쫄병일 때는 좌사수와 우사수를 맡고 짬밥을 먹음에 따라 사수가 분대장이 된다.
나 역시 이 과정을 거쳤는데 과연 비행기를 잡을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전투력은 허약했다.
대공방어를 위해 근무를 서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시찰을 도는 간부에 깨지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자동화기 높은 위력 866이 보여주자~
우리가 똥포라 불렀던 M45D는 2차 대전 때 사용하던 포다.
영점을 잡기가 쉽지 않고 솔레로이드 간격 조정이 조금만 틀어져도 불발이 된다.
같은 대공포인 발칸포에 비해 화력이 형편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불렀던 866 정예가는 비장했다.
노래를 부르면서 번쩍이는 예광탄 사이로 폭파되는 북의 AN2기를 상상하고는 했다.
마치 노래가 나를 전장으로 내모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수많은 부대가들이 그렇듯 866 정예가 역시 오리지널 곡이 아니었다.
월남전에서 불렀던 ‘맹호는 간다’가 원곡이다.
작사자는 유호.
전우여 잘자라 같은 갓난아기도 알만한 군가를 비롯해 신라의 달밤 카츄사의 노래 같은
노랫말을 많이 썼다.
가히 가요계의 히트제조기다.
라디오 드라마 작가로도 유명해 국내 라디오 방송 사상 최장 집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유호는 이념적으로는 반공 이데오르기에 기초한 보수 우파다.
한국전쟁 때는 전우여 잘자라 같은 노래말을 월남전 때는 맹호는 간다 같은 노래말을 써
월남전에 참전한 장병들을 독려했다.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것이다.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니 866 정예가를 부를 때보다
훨씬 더 비장하다.
대규모 군사퍼레이드와 잘 편집된 현지촬영은 마치 보는 이로 하여금 전장의 영웅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박정희는 미국으로부터 받은 장병들의 급여를 반에 반토막에 또 반토막을
내어 주었을 뿐이고 나머지 돈은 정권 연장을 위한 자금으로 쓰거나
스위스 비밀통장에 예치했다.
국가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자금으로도 쓰였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국토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월남에서 민간인 학살은 씻을 수 없는 과오다.
한국은 아직도 월남에서 행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제대한지 이십 오륙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부비불식간 흥얼거리게 되는 866정예가.
‘맹호는 간다’가 아니라 가지 말았어야했다.
 
2017.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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