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방구에 가 지우개를 열 다섯 개 샀더니 주인이 미술학원을
하냐고 묻는다.
아뇨. 작업을 해서요.
생각난 김에 샤프 하나와 격자가 그려진 30센티 자를 샀다.
자는 원고지 위 칸을 나눌 때 사용하는데 쓰다 보니 어느덧
격자가 닳아 없어졌다.
옷을 오래 입다보면 소매와 엉덩이가 너덜해지 듯 자도
쓰다보면 닳는다.
이젠 쓸모없게 된 30센티 자.
쓰레기통에 버리려는데 마음이 짠하다.
단 돈 500원에 산 무생물이지만 그동안 함께 한 시간을
생각하니 미안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어떡하겠니?
아무리 함께 한 시간이 길어도 헤어져야 할 시간이 반드시
찾아오고야 마는 것을.
물건도 사람도.
2016.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