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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역사

단원 김홍도

by 만선생~ 2026. 3. 13.

단원 김홍도
단원 김홍도 그림을 보면 인체데셍이 더러 틀리기도 한다.
미술학도 눈으로 보면 아주 못그린 그림일 수도 있다.
만약 서양화가가 이렇게 그렸다면 형편없는 그림으로 치부될테다.
그런데 이상하게 단원의 그림은 인체가 틀렸으면서도 어색하지가 않다.
자연스럽다.
단원은 우리에게 풍속화가 잘 알려져 있다.
산수 인물 화훼 신선... 모든 분야에 능했던 단원으로선 억울하다.
여러 분야 중 하나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단원의 풍속화는 훌륭하다.
그도 그럴 것이 단원의 그림은 당대 민중들의 삶을 너무나도 잘 담아내고 있다.
사진으로는 절대 담아낼 수 없는 생생함이 단원의 그림에 있다.
단원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림마다 스토리가 있다
그의 그림을 보노라면 단편 소설 한편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현대에 태어났으면 만화가가 되어 이름을 날렸을 것 같다.
화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력이다.
화면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성패가 갈린다.
단원은 구성력이 참 좋다.
인물 배치가 기가 막히다.
배경을 생략했음에도 현장의 느낌이 나는 건 이 때문이다.
필선 또한 그림의 성패를 좌우한다.
특히 한국화는 선의 예술이다.
오랜기간 수련을 하여 그은 선은 보기가 좋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선을 갖는게 중요하다.
단원의 필법은 보기만 해도 안다.
리듬감이 느껴지는 선이다.
언젠가 단원의 그림을 따라 그려봤는데 그림을 정말 잘 그리는구나 싶었다.
특히 그 선은 아무리 흉내내려해도 흉내낼 수가 없었다.
단원의 그림은 부분만 따로 떼어놔도 훌륭하다.
하나의 작품이다.
짐작컨대 단원은 맺힌데 없이 서글서글한 사람같다.
교양인의 척도인 시를 쓸줄 알고 필체도 좋다.
한국화에서 필체는 아주 중요한데 필체에 의해 그림의 격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조금 이르거나 늦게 활동했던 겸재 정선과 혜원 신윤복도 필체가 좋다.
단원은 술을 좋아하였다.
술에 의지해 그림을 그리니 마치 신선이 노는 것과 같았다.
취화선이다.
대신 셈을 할 줄 몰랐다.
봄날 핀 매화가 예뻐 즉석으로 거금을 들여 사들이니
요새같으면 집안에서 쫓겨날 판이었다.
그토록 뛰어난 솜씨를 지녔으면서도 말년에 곤궁하게 지낸 것은 셈을 몰라서였다.
그래서 나는 단원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셈이 빠른 사람이었으면 나는 단원을 덜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2026.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