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사케'와 청주(淸酒)
칼럼
허원순 논설위원
입력 2019.08.04 17:42 수정 2019.08.05 00:09 지면 A31
[천자 칼럼] '사케'와 청주(淸酒)
축문(祝文)은 제사 의식에 필수다.
하지만 한문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한자로 된 축문이 암호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제례 축문에 ‘청작서수(淸酌庶羞)’라는 대목이 있다. ‘맑은 술과 여러 가지 음식’이란 뜻이다. 우리 전통주 청주(淸酒)는 이렇게 ‘맑은 술’이란 의미로 중의적으로도 쓰인다. 쌀과 누룩, 물이라는 재료는 같지만 맑은 부분을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걸러낸 게 탁주(濁酒, 막걸리)다.
한국에 청주가 있다면 일본에는 사케(酒)가 있다. 니혼슈(日本酒)라고도 하는데, 쌀로 빚은 일본식 청주랄까. 사케를 흔히 정종(正宗)이라고도 하는 것은 일제강점기 부산의 청주회사 상표가 보통명사처럼 통용되면서였다. 제조공정과 원리는 비슷하지만 애주가들은 고유의 맛과 향으로 둘을 구별한다. 술 제조용으로 따로 재배한 쌀을 쓴다거나, 밀로 만든 누룩을 쓰는 우리 술과 달리 쌀 누룩을 쓴다는 점도 사케의 특성이다.
사케는 쌀을 깎는 정도(정미율)에 따라 크게 8등급으로 나뉜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에 따라 종류는 천차만별이다. 한 병에 수백만원인 사케도 있다. 일본 사람들이 서양 와인과 비교하며 ‘신이 내린 술’이라고 사케 찬가를 늘어놓는 배경이다. 와인 열풍에 이어 국내에서도 사케붐이 크게 일었던 적이 있다. 2008년께 특히 두드러졌는데, 그때도 독도 문제로 반일감정이 들끓던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