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장 스님이 쓰신 글
교회나 성당에서 사용하는 용어중에 불교에서 유래된 말은 무엇일까?
과거 동양의 전통 사상, 특히 불교에서 사용하던 단어를 빌려와 기독교적 의미로 재해석한 것들이 많다.
19세기 말 서구의 기독교 개념들이 한자 문화권으로 들어올 때, 번역가들은 추상적인 신학 용어를 설명하기 위해 대중에게 가장 익숙했던 불교 철학 용어들을 선택했다.
장로 (長老) ㅡ덕이 높고 수행을 오래 한 덕높은 스님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금강경에 장로 수보리가 나온다
집사 (執事)ㅡ원래 '일을 잡다'는 뜻으로, 사찰이나 관아에서 실무를 맡아 처리하는 사람을 의미했다.
권사 (勸師)ㅡ불교에서 '권선(勸善)' 즉, 선을 권하고 가르치는 스승이나 역할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다.
복음 (福音)ㅡ부처님의 가르침, 즉 '복된 소리'
천사 (天使)ㅡ생로병사의 고통을 알려주러 온 하늘의 사자
지옥 (地獄)ㅡ육도윤회 중 가장 고통스러운 밑바닥 세계
은총 (恩寵)ㅡ임금이나 부처님이 베푸는 특별한 혜택이나 사랑
성탄 (聖誕)ㅡ성인(부처님 등)이 세상에 태어남을 높여 부르는 말
찬송 (讚頌)ㅡ부처님의 공덕을 기리고 찬양함
은혜(恩惠)ㅡ불교에서 남에게 베푸는 자비로운 혜택'이나 '부처님이 중생에게 베푸는 큰 사랑'을 뜻하는 용어로 널리 쓰였다.
은혜는 기독교에서 하나님의 'Grace'를 번역할 때 사용되었다
이단 (異端)ㅡ원래 유교(논어)에서 유래하여 정통에서 벗어난 끝(端)을 의미하며, 불교에서도 외도를 가르킬 때 쓰였다.
마귀 (魔鬼)ㅡ불교의 마(魔, Mara)'와 민속 신앙의 귀(鬼)'가 합쳐진 말로, 수행을 방해하는 존재를 뜻한다.
가톨릭과 개신교가 하나님의 명칭을 두고 각기 다른 길을 걷게 된 배경에는 한국 문화에 복음을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에 대한 '토착화(Indigenization)' 전략의 차이가 있었다.
가톨릭은 전래 초기부터 한국인이 이미 가지고 있던 '하늘'에 대한 경외심을 존중했다.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믿어온 '하늘님(천주)' 신앙이 기독교의 유일신 신앙과 연결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하늘'이라는 보편적인 존재에 인격적인 '님'을 붙인 하느님'이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는 기독교가 낯선 외래 종교가 아니라,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참된 진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성모(聖母)'라는 표현도 불교의 마야부인을 높여 부르던 용어를 빌려와, 한국인들에게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지닌 신성한 모성을 더 친숙하게 전달하려 노력했다.
가톨릭이 이렇게 전통 용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반면, 개신교는 유독 '하나님'이라는 독자적인 명칭을 고집하며 유일성을 강조했다.
일본에서 '교회(敎會)'라는 단어가 불교에서도 쓰인다. '교회'라고 하면 기독교의 예배당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이 단어의 한자 뜻을 풀이해보면 가르침(敎)을 전하는 모임(會)'이라는 아주 보편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 불교, 특히 '천리교'나 '창가학회' 같은 비교적 현대에 성립된 종교 단체들은 포교소를 교회'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구약성경을 분담해 처음 우리말로 옮긴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