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밤 중 입이 심심해 작업실을 나섰다.
진흥원 건물을 벗어나자 익숙한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자귀나무다.
낮에는 잎을 벌렸다가 밤에는 잎을 오무리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내게 자귀나무는 여름을 상징한다.
어린 날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이 나무를 지나야 했다.
때는 여름이다.
더운 열기를 느끼며 꽃을 따고 꽃술로 코를 간지럽혔다.
은은한 향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색도 참 예쁘다.
꽃술에 분홍빛과 자주빛이 함께 섞여 있다.
나는 요즘 겨자 새우깡에 중독돼 있다.
밖에 나가면 하나씩 사먹곤 한다.
오늘도 편의점에서 겨자새우깡을 사서 돌아온다.
아...
이 향기.
아까 지났던 자귀나무 앞에 서서 꽃술을 딴다.
꽃술을 따 코끝을 간지럽힌다.
기분이 좋다.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문득 이태 전 세상을 떠난 권숯돌 작가가 생각났다.
살아 있으면 좋았을 걸.
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게 안타깝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짧다.
누릴 수 있는 행복도 그리 많지 않으리라.
그래서인지 지금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작업실로 돌아와 자귀나무 향을 맡은 뒤 겨자새우깡을 먹었다.
2026.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