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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작업/정가네소사

우리집과 5.18

by 만선생~ 2024. 1. 24.
어머니와 큰형이 계신 오산 집으로 돌아와 5. 18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 우리집도 5.18과 동떨어져 있진 않았다.
79년 12월 시골에서 올라와 청량리에 자리잡은 우리 가족은 노점상을 하였다.
큰형과 작은형은 리어카에 오코시(강정)를 팔았고 어머니는 도라지와
머리핀, 아버지는 칫솔을 팔았다.
경찰의 노점상 단속이 심하여 어머니와 아버지는 청량리 경찰서에서 하룻밤
유치장 신세를 지기도 하였다.
어머니 말씀으론 경찰서에서 주먹밥을 주었고
함께 잡혀온 아주머니들이 하도 시끄럽게 이야기를 해대어 잠을 한숨도 못주무셨다고 한다.
80년 5월 연좌제 걸려 공군사관학교 입학을 못한
큰 형은 장사를 접고 13,14,15 삼일 연속 서울역 광장에 나가 시위 대열에 합류했단다.
뭔지는 잘 모르지만 시위 대열에 있으면서 역사의 격랑 한 가운데 서 있었다.
그리고 15일 확성기를 통해 각자 집으로 돌아가자는 통고를 들었다.
이른바 서울역 회군이다.
그날 큰형과 어머니는 지금은 사라진 제기역 앞 미도파 백화점 쪽에서 장사를 하였다.
헌데 군용트럭이 끝도 없이 지나가는 것이었다.
트럭 위론 군인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총을 옆에 끼고 있었다.
어머니는 순간 전쟁이 났다보다 생각했단다.
큰형이 회고하기를 광주에 투입된 20사단였을 것이라 했다.
양평에 있는 주둔해있는 군이 왜 서울을 거쳐가냐 물으니 시민들에게 무력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란다.
81년 10월 군에 입대한 큰형은 20사단에서 신병 훈련을 받고 5사단에서 군생활을 했다.
성남 공군비행장을 지키는 후방부대다.
큰형 입대 동기 중 한 명은 전남대 국문학과를 다니다 왔는데 큰형과 친하였다.
큰형이 상병 말호봉인 83년 3월 큰형은 난데없이 10일동안 영창 생활을 하였다.
철창에 다리를 올려놓고 발바닥을 빳다로 20여대 맞았다고 한다.
철장신세를 진 것은 입대동기인 전남대생이 여자친구에게 쓴 편지 때문이었다.
5.18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이 것이 검열에 걸리고 만 것이다.
입대 동기는 5사단 영창이 아닌 남한산성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신영복 선생도 남한산성으로 끌려갔었다.)
이후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아마 큰 고초를 겪었을 것이다.
큰형의 죄목은 함께 5.18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거란 거다.
체제에 불만을 품은 불순분자란 거다.
큰형은 군제대 후 대학에 입학해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해선 제약회사에 취직해 노조위원장을 했다.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2023.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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