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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작업/정가네소사

금주성 태평방

by 만선생~ 2024. 3. 22.
 
1945년 2월. 만주 이민을 떠난 우리가족이 터를 잡은 곳은 금주성 태평방이란 곳이었다.
중국인 지주에 땅을 빌어 논농사를 지었는데 모내기 대신 땅에 직접 씨앗을 뿌리는
직파를 하였다고 한다.
논은 소대신 말이 갈았다.
두 마리의 말이 쟁기를 끌었다.
땅이 얼마나 넓은지 끝도 없었다고 한다.
식량은 일제로부터 배급 받았다.
일본군 트럭을 타고 한시간 쯤 가면 조양에 닿았다.
이곳은 고구려의 주요거점이었고 발해를 멸한 요나라 수도였다.
물론 괴뢰국가인 만주국의 주요도시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요나라의 가장 큰 유적인 전탑을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아버지는 더이상의 말씀을 하지 않으셨고 나도 애써 물으려하지 않았다.
3권까지 출간된 정가네소사의 내용이 거기서 거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아버지가 자신의 삶을 글로 남기셨으면 어땠을까?
정가네소사의 내용은 엄청 풍부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남긴 자신에 대한 기록은 술과 함께 뱉어내는 파편적인 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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