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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작업/정가네소사

외할머니 산소에서

by 만선생~ 2024. 4. 15.

 
 
김제 원평 취회로 집강소에서 하룻밤 자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산소에 갔다.
언제나 그렇듯 김제황산이 한 눈에 바라다 보인다.
황산엔 사위인 아버지가 잠들어 있다.
얼마 전 아버지 산소에 들렸었기에 이 곳 먼저 들렀다.
출가외인.
시집을 가면 집안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사이엔 아들이 하나 있었지만 집을 나가
생사를 모른다.
딸들은 시집을 가 두 분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문중에선 묘만 관리할 뿐이다.
명당이 후손을 발복케한다고 믿는 큰형은 친가만 챙기고 외가는 챙기지 않는다.
부계만 조상으로 여긴다.
죽으면 아무 소용없지만 그래도 그게 아니다.
아들없이 세상을 떠나 서럽다.
누구나 다먹는 제삿밥을 드시지 못하는 거다.
결국 나라도 챙겨야겠다 싶어 김제에 내려오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산소에 들러 인사를 드린다.
이번엔 새로나온 "1592 진주성"을 상석에 놓았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빌었다.
"잘되게 해주세요."
"아이고. 이놈아 죽은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고 널 잘되게 해주겄냐.
그저 무탈하길 빌 수밖에."
"그럼요.
무탈하라고 빌어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외손봉사라는 말도 있지만 그 것까지 신경은 못쓰겠다.
다만 가끔 이렇게 찾아와 인사를 드릴 뿐이다.
내 첫 책인 "정가네소사"의 주인공이신 두 분.
작가 사인을 하면 항상 외할머니의 모습을 그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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