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내려고 했을 때 선배 한 명이 술자리에서 말했다.
“내가 출판사 알아봐줄까?”
선배의 도움이 아니어도 충분히 책을 낼 자신이 있었기에 “굳이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돼요”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예의라는 게 있어 이렇게 말했다.
“그래주면 고맙죠.”
이후 출판사를 알아봐주겠단 선배에게선 아무 연락이 없었고.
나는 직접 출판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선배가 진짜 출판사를 소개해줄까봐 겁이 났다.
만약 선배가 소개한 출판사에서 책이 나온다면 선배는 여기 저기
공치사를 늘어 놓고 다닐테다.
자기 소개로 책을 냈다고 말이다.
난 누구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오로지 내 힘으로 책을 내고 싶었다.
문을 두드린 출판사는 총 네 곳이었다.
세 곳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하고 네 번째 찾아간 출판사에서 책을
내주겠다고 했는데 조건이 좋지 않았다.
선인세 계약금을 책이 나온 뒤 지급하겠단 것이다.
계약을 했지만 추가 작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시간이 1년 이상 어영부영 지나가고 있을 때 처음 찾아갔던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후임 편집장이 전임 편집장이 책상 서랍에 두고 간 CD를 발견하고
열어보았단다.
편집장은 내 원고를 대표께 보여주었고 대표께선 혼쾌히 책을 내겠단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당연 선인세 계약금도 지불되고.
원하는 출판사에서 출간 의사를 밝혔지만 난감했다.
이미 다른 출판사에 계약이 돼 있는 상태 아닌가.
몇날 며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답이 없었다.
그 때 작업실을 함께 쓰던 후배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고민하고 있어요?”
계약금을 받은 것도 아닌데 고민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한다.
바보가 아니라면 당장 계약을 해지하고 첫 번째 출판사랑 계약을 맺으라는 거다.
후배의 말에 용기를 얻어 네 번째 출판사를 찾아갔다.
출판사 사장은 계약을 해지하고 싶단 나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할 순 없어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니 계약을
해지해달라 거듭 사정했다.
“이거 자존심 상하는데요.”
결국 사장은 이 말과 함께 계약서를 폐기했고
나는 첫 번째 출판사와 계약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계약과 함께 선인세 계약금이 입금되었다.
2012년 휴머니스트에서 출간한 정가네소사 1,2,3권이다.
다음 책도 같은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정가네소사는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 가능하다.
2016.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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