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뒷집 살던 사록이네 할머니.
극진 가라테 창시자이자 ‘바람의 파이터’의 주인공인 최배달(최영의) 누님이다.
사록이 할머니에게 저렇게 앳띈 시절이 있었다니 정말 놀랍다.
허리 구부정한 모습밖에 못봤는데 말이다.
일제강점기.
아무나 저렇게 곱게 옷을 차려입고 사진을 찎을 순 없없다.
지역 유지였기에 가능했다.
저렇게 예쁜 소녀였지만 지적 장애가 있었나보다.
나이가 차 부잣집에 시집을 갔다가 1년도 못되어 돌아오고 말았다.
시집에서 소박을 맞은 것이다.
최면장은 어린 딸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그 때 생각난 것이 머슴 석범이었다.
배운 바는 없지만 허우대도 멀쩡하고 성실했다.
여느 머슴들처럼 잔꾀를 부리지 않았다.
최면장은 석범을 불러 말했다.
밭을 좀 떼어줄테니 딸아이와 부부의 연을 맺지 않겠냐고.
순간 석범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최면장께 몇번이고 엎드려 절을 하였다.
사실 석범은 아기씨가 시집가기 훨씬 전부터 마음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다만 신분이 달라 짝을 지어달란 말을 못한 채 애를 끓일 뿐이었다.
최면장이 분가해 살라며 밭을 떼어줬지만 살림이 넉넉하진 않았다.
그래도 석범은 정성을 다해 집을 꾸미고 복숭아며 앵두같은 과일나무를 심었다.
얼마 뒤엔 아들이 태어났다.
나보다 네 살 아래인 사록이네 아버지다.
사록이네 아버지는 인물이 좋았다.
나이가 차서 전주에 나가 선을 보았는데 여자가 첫눈에 사록이네 아버지에게 반하고 말았다.
얼마나 좋았던지 도시 처녀가 시골집에 사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사록이네 아버지는 돈 벌러 몇 년 동안 중동에 가 일을 하셨다.
중동 일을 마치고 돌아와선 예전부터 봐오던 논을 샀다.
세월은 살같이 흘러 최면장도 가고 석범과 아기씨도 갔다.
이제 사록이네 아버지 어머니도 주름살 가득한 노인이 되어있다.
지금은 자식들 다 키워 내 보낸 뒤 농사일로 소일 하신다.
사록이네 어머니는 지금도 남편을 깊이 사랑하시는 것 같다.
사록이네 아버지도 성록이 어머니를 대하는 게 남다르다.
사록이네 어머니는 울 어머니를 따라 장사를 다니기도 했었다.
무면허 의사였던 아버지는 최면장네 집으로 왕진을 가 링겔주사를 놓곤했다.
최배달(최영의)의 바로 위 형인 최영범씨와는 아주 친하였다.
최영의씨를 비롯한 다른 형제들은 모두 출세했는데 최영범씨만 고향에 남았다.
행정고시에 번번히 떨어져 농사꾼이 되었다.
십칠년 전 아버지 손을 잡고 반가워 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아마도 돌아가셨을지 싶다.
최면장이 살던 맞은편 마을엔 석정 이정직이란 조선의 마지막 실학자가 살고 계셨다.
이단으로 배격당하는 양명학파로 시 서 화에 능했고 수많은 제자를 길렀다.
이른바 호남사단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나이어린 제자가 있었으니 최면장 아니 최승현이었다.
최승현의 나이 열일곱에 스승 이정직이 눈을 감으니 승현은 장문의 글로 스승의
은혜를 기리었다.
이 글이 현재 전주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최면장네와 인연을 정가네소사의 한 에피소드에 그렸는데 너무 간략해 아쉽다.
202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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