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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4 전라북도

정읍 무성서원

by 만선생~ 2024. 7. 19.

 
무성서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서원은 모두 아홉개다.
이들 서원 중 지금까지 가본 서원은 안동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 영주 소수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이다.
하나같이 성리학적 가치에 따라 화려함을 배제하고 검박함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 공간에서 생활하던 선비들의 몸가짐은 다연 단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이번 남도 여행 중 둘러본 정읍 무성서원 역시 마찬가지다.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는 서원도 비껴가지 않았다.
지난 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여 강학공간인 명륜당 대청마루에 누웠다.
장마루가 아닌 우물마루다.
장마루는 현재 거실에서 흔히 볼 수있는 양식으로 중국과 일본 식이다.
내가 다녔던 학교 교실도 장마루였다.
마루를 고칠 때 모조리 떼어내야하는 장마루와 달리 우물마루는 하나만 떼어내면 된다.
훨씬 과학적이다.
식민지배로 단절된 전통이 안타깝다.
서원을 찾는이는 아무도 없었다.
멀리서 관리인을 보았을 뿐.
그리하여 마치 내 집인 양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잠은 오지않고 되려 눈이 말똥말똥하다.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 설핏 잠이들었다.
눈을 떠보니 서원에 들어온지 한시간이 넘었다.
주위엔 여전히 아무도 없다.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몸을 일으켜 상량문을 올려다 보았다.
도광 팔년이라 써있다.
서기 1828년 상량식을 한 것이다.
안내문에 따르면 불타 없어진 것을 건물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라 한다.
이 곳은 정읍으로 알려져 있지만 행정구역 통폐합 이전엔 태인현이었다.
고부군과 더불어 인구 3만이 넘는 큰 고을이었다.
하지만 호남선 철로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정읍으로 통합되었다.
큰고을이 작은 고을에 먹히고 만 것이다.
무성서원은 신라의 유학자인 최치원과 지역출신 유학자 7인을 배향한다고 한다.
그 7인의 유학자 가운데 한사람이 가사문학의 시조인 정극인이다.
국어 시간 배웠던 '상춘곡' 이 떠오른다.
정극인 문집인 불우헌집에 실려있는 상춘곡 첫머리는 이렇다.
홍진(紅塵)에 묻힌 분네 이내생애(生涯) 어떠한가
옛사람 풍류(風流)를 미칠까 못 미칠까
천지간 남자 몸이 날만한 이 많건마는
산림(山林)에 묻혀있어 지락(至樂)을 모를 것인가
한가롭기 그지 없는 풍경이다.
지금 이곳 무성서원과 주변 모습이 상춘곡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괭이나 호미가 경운기로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속으로 보이는 모습이 항상 같은 건 아니다.
가까운 웅동면에선 환경문제로 정읍시와 주민들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토건 마피아와 공무원들이 결탁해 상두산을 파괴하고 식수원인 옥정호를
오염시키고 있다.
부디 이들의 욕망이 좌절되고 주민들이 승리하길...
이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서원 가운데 여섯 곳을 가봤으니 
나머지 세 곳을 가보면 된다.
그나저나 여기 무성서원 명륜당 기둥에 걸린 주련들은 정말 아름답다.
지금까지 보았던 여느 주련들과 달리 꽃을 그려넣었다.
탁월한 디자인 감각이다.
그나저나 이 것들을 읽고 해석할 수가 없다.
한자는 익혔어도 한문을 공부하지 않은 탓이다.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해석이 가능할텐데 그 특별한 노력은 하기 싫다.
 
202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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