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한 나주행
내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던 골동품점 아줌마는 가게문을 열지 않았다.
추석연휴는 물론 추석연휴가 끝난
뒤에도 가게 문은 닫혀있었다.
아마도 건설 일을 하느라 가게는 뒷전인 것 같았다.
한기 형으로부터 아줌마에게 남자들이 많이 꼬인다는 얘길 들었다.
물건은 사지않고 찝적대기만하는 남자들이 싫어 가게문을 열지 않을 거란 한기 형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나 역시 수없이 꼬이는 남자 중 하나일 거라 생각하니 괜스리 슬퍼졌다.
더구나 남편이 있는 사람 아닌가!
그날 아줌마는 내게 명함을 건네주며 이렇게 말하였다.
"가게에 오실 땐 미리 전화를 주세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집을 떠날 때 명함을 챙기지 않았다.
그리하여 따로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가게문이 열려있으면 없는 돈을 다 털어서라도 물건 하나 쯤은 살을텐데...
나는 아줌마의 미모만을 사랑한게 아니었다.
고가구에 대한 애정이 좋았다.
아줌마는 단순히 돈을 벌기위한 수단으로 골동품점을 연 것이아니었다.
미적감각이 통하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몇 분동안이라도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 것으로 족할 것이었다.
아줌마네 가게가 문을 열지않는 것과 다르게
한기 형네집 바로 옆 골동품가게는 문을 계속 열었다.
참새가 방아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가게를 들어가보았다.
해주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주인장 말로는 100년은 됐다고 했다.
쪼들리고 있지만 아니살 수 없었다.
목공일을 하는 한기 형에게 해주반을 보여주니 기계를 댄 흔적이 없다고 했다.
사람 손으로 일일이 깎아서 문양을 낸 것이라고 했다.
다음날엔 한기 형과 골동품점에 가보았다.
내가 고려시대 연화문수막새를 맘에 들어하자 한기 형이 자기도 수막새를 하나
사면서 내 것도 하나 사주었다.
받는 것보다 주기를 좋아하는 형이다.
돈도 많이벌고 잘살아야할텐데 그러질 못해 안타깝다.
거래를 통한 골동품점 아줌마와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전혀 위험하지 않은 나주행이었다.
골동품집 아줌마 명함을 가져오지 않은 건 무의식 속에 위험을 방지하려는 나름의
방어기제가 아니었을까?
나주에서 해주반을 하나 추가하여 어느덧 소반만 다섯개를 소장하게 되었다.
202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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