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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만화

80년대 대본소 만화 <하늘과 땅>

by 만선생~ 2025. 4. 25.

 
 
80년대 대본소 만화 <하늘과 땅>
고등학교 때 만화방에서 황재 선생이 그린 <하늘과 땅>이란
만화를 보았다.
네권 정도 읽었는데 기존에 보아오던 무협만화와는 차원이 달랐다.
아니 무협만화라고 할 수 없었다.
반청복명을 다룬 역사 만화였다.
책이 나왔지만 무슨 이유로 읽지 않다가 40년 세월이 흘러 다시
본 것이다.
미스터 불루란 플랫폼을 통해.
일단 분량이 엄청났다.
열권정도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무려 서른 권이나 되었다.
'전무후무!!
영원히 기억될 감동과 격정의 스펙터클 대하 드라마!!'
'모든 국내 만화스토리 작가들이 롤모델로 삼았던
리얼리티 휴머니즘의 완벽구성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방식의 절정!
여성 독자들마저 열광시켰던 뜨거운 감동의 대서사시!'
플랫폼에 걸린 작품광고 문안이다.
군더더기가 많아 한 눈에 읽히지 않는다.
앞서이야기한대로 하늘과 땅은 반청복명을 다룬
만화다.
명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비밀활동을 하는 복명회 사람들.
아버지로 인해 어쩔 수없이 복명회 활동을 하게된 주인공 태풍은 복명회
활동에 회의를 품게된다.
기실 그들이 일으키려한 명나라보다 야만족이 다스리는 청나라가 훨씬
살기 좋아진 것이다.
더구나 목적을 위해 사람을 수단으로 생각하는 지휘부
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조국이란 무엇이오?
그것은 땅이오?
그것은 사랑이오?
아니면 우리의 관념속에 낙인 찍혀진 어떤 환상 같은 것이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문구다.
이 문구는 고등학생이었던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렇다면 내게 조국은 무엇인가?
사랑해야 마땅한 대상이지만 손으로 잡히는 것은 아니었다.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조국에 대한 헌신을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국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함께 작품은 끝이 난다.
워낙 늦게 보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분량이 길었다.
도저히 하루만에 다 읽어내려갈 수가 없었다.
얽히고 설킨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느라 머리는 과부하에 걸렸다.
그럴 때마다 허공을 바라보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는 식으로
쉬어가야만 했다.
한국만화는 80년대뿐 아니라 90년대까지 관행처럼 내려오는 것이 있었다.
스토리 작가의 이름을 표기하지않는 것이다.
분명 만화가가 글을 쓰지 않았음에도 글 그림 아무개로 책이 나왔다.
한국만화사에 획을 그은 이현세 선생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은 스토리 작가 김민기 선생이 쓴 것이었다.
이재학 선생의 <무림대천하> 장태산 선생의 <야수라불리운사나이>
허영만 선생의 <비트>는 박하라는 분이 썼다.
문체를 보건대 <하늘과땅> 스토리도 이 분이 쓴 것 같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똑같다.
스토리 작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만화가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스토리가 좋아도 연출과 그림이 살려내지 않으면 볼거리가 못된다.
무엇보다 엄청난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작품에 들어가는 물리적 시간은 스토리 작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팀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럴 형편이 안되는 나는 어쩔 수 없이 개인 작업을 하는 것이고.
하늘과 땅은 스토리도 좋지만 그림도 좋았다.
정성이 아주 많이 들어가 있었다.
사진이나 영상자료가 많지않던 시절 어떻게 이런걸 그렸을까 싶은
장면들이 많았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청나라 사람들 중 변발을 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일부 사람들만 청나라식 옷을 입고 있었다.
이런 문제가 있음에도 대단한 작품임은 틀림없었다.
다만 대본소 만화라는 한계 때문에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게
아쉬울 뿐이다.
 
202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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